(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권이 또 한 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결연한 각오로 국민의당 당대표 직위와 권한 모든 것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설(說)로만 떠돌던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나리오를 당대표가 공식화한 셈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곧바로 화답했다. 유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저와 바른정당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 개혁 세력의 결단을 환영하고, 이분들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의 길을 같이 가겠다는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모양새다.
통합 과정서 이탈자 발생할 수도…기대감
중원(中原)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바라보는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기본적으로는 긍정적 기류가 흐른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과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양당 통합 과정에서 바른정당 의원 몇몇이 이탈, 한국당으로 복당하면 최대 120석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청사진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김관영 사무총장은 21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내에서도 (국민의당과 통합 이후) 자유한국당과 2단계로 통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내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전히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원하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은 통합 이전에 탈당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한국당의 그림대로 2~3명의 탈당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에 샛문만 여는 것이 아니라 대문을 열어서 보수대통합의 길을 추구하겠다”고 공언했다. 17일 당무감사 결과 발표에서는 바른정당 이혜훈·유의동·이학재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경기 평택을·인천 서구갑을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 지역구로 지목했다. 자연히 바른정당을 의원들을 향한 ‘러브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 역시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탰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역 기반도 이념도 전혀 다른 정당인데 어떻게 이탈자 없이 통합이 되겠나”라며 “의원 개인의 가치관 때문이든 지역구 정서 때문이든 두 당이 합치면 한국당으로 돌아올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이 한국당에게 생각지 못한 이득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민당 모델’ 우려…통합정당 폭발력에 촉각
반면 양당 통합이 한국당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15일 <월간중앙>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16.5%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52.2%)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지만, 한국당(17.8%)과는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큰 무리 없이 합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찮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정당이지 진보정당이 아니다. 바른정당은 보수정당이지 영남정당이 아니다. 대체 뭐가 안 맞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호남정당이면서 중도보수정당인 국민의당과 수도권정당이면서 중도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이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났으면 났지 문제가 생길 이유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문가의 말대로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한다면, 이른바 ‘신민당 모델’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85년 제12대 총선 당시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힘을 합친 신한민주당(신민당)은 제1야당이자 ‘관제야당’이었던 민주한국당(민한당)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올라섰다. 이러자 민한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 신민당에 입당하면서 민한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통합정당이 ‘보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때, 한국당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당이 갖는 불안감의 본질이다.
지난 19일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바른 국민 통합정당이 자유한국당을 거의 더블스코어로 이긴다”며 “바른 국민 통합으로 한국당을 소멸시키는 꿈을 현실로 만들자”고 썼다. 지난달 기자와 만난 한 노정객(老政客)도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노리는 것은 제1야당으로 올라선 뒤 한국당을 집어삼켜서 민주당과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바라보는 한국당의 시선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기사가 아니라 개인 노트에 적을 내용 같아서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