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과연 예능계 ‘골칫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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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과연 예능계 ‘골칫거리’인가?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1.05.17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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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녹화일정 변경...극성맞은 스포일러 때문?
애청자 “시청 목적 노래 듣는 것” 의미퇴색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세욱 기자]

예능프로에 때 아닌 스포일러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스포일러는 제작자와 예비 관람자들을 괴롭혀온 문화 콘텐츠계의 테러범으로 불려왔다.

‘스포일러’란 손상시키는 또는 망쳐놓는 사람이나 강탈자 등을 뜻하며 현재는 스포일러는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 특히 네티즌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범인은 절름발이야”,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그리고 쏘우에서의 “범인은 시체”라는 등 반전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취향을 무시한 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를 하는 게 스포일러다.

최근 감동적인 숱한 장면들을 쏟아내며 예능계뿐만 아니라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나는 가수다’가 이 스포일러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 임재범. ⓒ뉴시스

매주 월요일 녹화를 진행하던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측은 16일로 예정됐던 녹화를 취소하고 오는 23일 녹화를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는 나가수를 중심으로 극심해지고 있는 스포일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나가수’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다른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일주일전 사전 녹화를 진행하고 편집 방송한다.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출연 가수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리얼버라이어티와 음악순위프로그램을 접목시킨 예능프로다.

그만큼 가수들의 경연을 통해 순위를 정하고 여기에 버라이어티적인 면을 가미시켜 시청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였다.

하지만 프로그램 구조상 스포일러를 원천 봉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연이 끝난 뒤 각각의 가수들의 순위발표 시간. 제작진은 공개에 앞서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 채 모든 사람을 공연장 밖으로 내보낸다. 이처럼 순위가 먼저 유출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제작진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나가수의 2차 경연 녹화가 끝난 뒤 스포일러에 따르면 첫 기립박수의 주인공은 임재범으로녹화 당시 윤복희의 ‘여러분’을 불렀으며 화끈한 무대 장악력으로 30~40대의 기립박수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또 1위는 부활의 ‘소나기’를 부른 박정현이, 2위는 임재범,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부른 이소라와 조관우의 ‘늪’을 부른 김범수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부른 김연우가 5위,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른 BMK가 6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녀시대의 ‘런데블런’을 부른 윤도현이 7위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탈락자 윤도현을 대신해 옥주현이 출연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것은 어디까지 스포일러의 예상 순위이지만 하지만 현재까지 스포일러들이 대부분 높은 정확성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신뢰도는 높은 편이라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 박정현. ⓒ뉴시스

이처럼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어떻게 편곡했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의 상황 정보들은 100%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해법을 찾기 위해 갑작스럽게 녹화 방송 일정을 변경했다. 기존 나가수의 녹화분이 전파를 타기 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주 녹화를 쉬면서 나가수는 월요일에 녹화를 해 그 주에 바로 방송을 내보내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녹화일과 방송일의 간격을 줄여 스포일러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제작진의 의도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나가수의 녹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청중 평가단이 올린 방청 후기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고 이에 따라 출연 사수들이 부른 노래와 분위기는 물론 탈락자와 새로운 가수에 대한 내용 등 일반 청중 평가단이 쉽게 알 수 없는 고급 정보까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어 우려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극성맞은(?) 스포일러들로 인해 프로그램의 호기심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나가수’의 신정수 PD는 청중 평가단의 스포일러성 글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중 평가단이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글들은 크게 파급력이 없다. 문제는 그런 글들을 기사화시키는 것이 문제다”라며 검증되지 않은 스포일러를 믿고 기사화 하는 언론을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나가수)제작진 입장에서는 스포일러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지만, 애청자 입장에서 본다면 딱히 문제될 것도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포일러가 있든 없든지 간에 나가수를 보는 목적은 노래를 듣는 것”이라고 덧붙었다.

그만큼 나가수의 애청자들은 스포일러나 순위 정하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출연 가수들의 열정적인 무대를 보고 싶은 것이다. 한 애청자는 “대다수 사람들이 모든 가수들이 부를 노래들과 등수를 미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수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변함없이 나가수를 시청하게 될 것”이라며 “임재범이 녹화가 끝나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제작진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스포일러가 아니라 가수들의 관리문제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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