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증권사, ‘부동산PF 규제’ 두고 불편한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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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증권사, ‘부동산PF 규제’ 두고 불편한 기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1.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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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신용공여대상에서 SPC·부동산법인 제외”…지난해 12월 부동산PF 개선안 재강조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없어…정부 부동산 정책에, 자본시장 기계적 영향 받은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PF 규제를 두고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건전성 강화 등을 이유로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과 대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섰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금융투자업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재차 강조했지만, 업계는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은 위원장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당초 IB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벤처나 중소기업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SPC(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제공된 규모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원 이상이 대출됐고, 이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IB의 신용공여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IB 신용공여대상 부동산관련 대출 제외 방안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에 한도를 100%로 설정하고 부동산PF 대출 확대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당시 규제안에 포함됐던 점검체계 구축과 '스트레스 테스트' 계획 등이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구체화되면서 업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PF가 최근 증권사의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수익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또한 규제가 진행되더라도 금융당국이 언급한 IB제도의 순목적, 그러니까 벤처·중소기업에 IB자금이 고르게 분배된다는 것은 결국 정부의 입장일뿐이라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부동산에 관련된 대출과 채무보증에 대한 개선안이 마련되더라도 정부의 생각처럼 추후 IB자금이 중소·벤처기업 등으로 고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면서 "자본시장은 적법한 절차 속에서 자유롭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며, 투자에는 충분한 대체재가 있거나 수익에 대한 매력도가 있어야 하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나재철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일렉스에서 열린 '2020년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나재철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일렉스에서 열린 '2020년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나재철 신임 금융투자협회장도 지난 9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부의 부동산PF규제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나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정부의 PF규제는 부동산투자쏠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 물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정부의 뜻대로 부동산 직접투자를 간접투자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증권사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위해 함께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물론 자본시장과 관련된 각종 규제안들을 마련해야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발표된 방안들을 살펴보면 '재무적인 기준'만 포함돼 있고 부동산PF와 IB의 전반적인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통계적인 수치만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만 늘어놓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규제안은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이 자본시장에 기계적으로 녹아들었을 뿐이다"고 평했다.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이번 규제는 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의 일환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각 증권사가 받는 영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아무래도 부동산PF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의 경우, 실적 등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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