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인력 대란’ 온다
코로나19發 ‘인력 대란’ 온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2.2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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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확산에 떠나는 외국인, 취업활동 위축된 내국인…“중장기 대책 마련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가구 공장에 사람이 없어. 바니쉬랑 몰딩하는 동남아 애들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집에 돌아가겠다고 그만뒀어. 가구 일은 힘들어서 우리나라 애들은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 맞추기도 쉽지 않아. 요즘엔 배송기사들도 이 시국에 모르는 사람 집에 찾아가서 가구 설치하기 불편하다고 관두는 사람들이 꽤 돼요."

"지금 마스크 대란은 시작에 불과하지요. 원자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원자재가 아닙니다. 중국산이나 국산 쓰던 거 물량 빼오기 어려우면 좀 비싼 미국산 같은 거 어떻게든 구해서 돌리면 되니까요. 문제는 인력이 모자라다는 겁니다. 기존 직원들 중에 피로감이 쌓여서 쉬고 싶은 사람들도 많고, 외노자 데려다 쓰는 공장이 태반인데 그 친구들도 불안하니까 다 집에 가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선 산업현장 곳곳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시사오늘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선 산업현장 곳곳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시사오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쳐 인력 대란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탈을 꾀하자 인력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91일 이상 국내 체류, 불법체류자 제외)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80만 명을 넘긴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에는 9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86만 명으로 소폭 줄었다. 불법체류자까지 고려하면 100만 명을 훌쩍 넘긴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꺼리지만 우리 산업 구조상 반드시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기피업종이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 중 약 80%가 노동자 수 50인 미만 중소기업, 소규모 업체, 공장 등에서 근무하며, 30% 가량은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의 의식주를 밑바닥에서 책임지고 있다. 통계청·법무부가 지난해 12월 작성안 '2019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를 살펴보면 2019년 5월 기준 업종별 외국인 취업자 수는 제조업 39만9100명, 도소매·음식·숙박업 16만4500명, 건설업 9만500명, 농림어업 5만2100명 등으로 집계됐다. 불법체류자, 계절근로자 등을 감안하면 그 수는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이상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이 같은 업종에서 외국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탈하면 의식주의 밑바닥이 붕괴되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가 공개한 2020년 1~2월 인천공항 이용객 데이터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통한 입국자 수는 이달 1일 9만2239명에서 지난 23일 5만4314명으로 급감했으며, 27일에는 항공권 예약자 수 기준 2만8698명까지 줄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입국을 미루는 현상, 남자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들의 집단 탈출 등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충남 예산에서 농사를 짓는 이원형(61, 가명)씨는 "다음달부터, 늦어도 5월 전에는 최소한 10명 정도 일손이 필요한데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저히 미리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불과 1~2주 전에는 우리가 코로나19 퍼진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을 가려서 받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다. 원래 중국인은 코로나19 때문에 안 쓰려고 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누구라도 데려다 쓰고 싶다. 이러다 때를 놓치면 농사 다 망친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영희(54, 가명)씨도 "청소하던 조선족(중국 동포) 아주머니가 일을 관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대 안 한다. 외국인 구해야 되는데 인력 사무소 다 알아봐도 일할 사람이 없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출국하려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욱 큰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난 자리를 채울 내국인 노동자들도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A씨(61)는 "나이가 많아서 어차피 잘 써주지도 않긴 하지만 요즘 내 또래들 그냥 잠깐 쉰다는 사람들이 많다. 괜히 재수 없으면 14일 동안 일을 쉬어야 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자칫 병이라도 걸리면 큰일이 아니냐"며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나도 그냥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도 산업현장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다. 법무부·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는 지난 21일 비전문취업(E-9), 선업취업(E-10) 자격소지자가 국내에서 더 일할 수 있도록 체류기간을 최대 50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와 관련, 단기 대책으로 급한 불을 끄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인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 건설현장, 제조업, 농림어업 등 분야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 산업 생태계 가장 아래층이 무너지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며 "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던 얘기지만 산업 구조의 개선, 산업 생태계 밑바닥 환경 개선 등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시행해야 한다. 또한 기피업종 내국인 전문 인력 육성,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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