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청주 부동산시장…“방사광가속기 아닌 집값가속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고삐 풀린 청주 부동산시장…“방사광가속기 아닌 집값가속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6.15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원구 오창읍 신축 '2억' 뛰고, 흥덕구 가경동 분양권 '1억' 올라
새 아파트 견본주택, 사전예약제임에도 북새통…"주차장 방불케 해"
"文정부, 실수요자 보호대책 마련해야"…"방사광가속기 효과는 거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충북 청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 충청북도
충북 청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 충청북도

충북 청주 지역 부동산시장 과열이 심상치않다. 방사광가속기 구축 발표 이후 일대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투기세력의 유입으로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주 청원구 오창읍에 위치한 '한신 더 휴 센트럴파크'(2018년 준공)는 지난 1월 3억 원대 초반에 팔렸던 전용면적 84.9823㎡가 이달 들어 5억3000만 원(7층), 5억4200만 원(14층)에 잇달아 거래됐다. 같은 기간 '오창 롯데캐슬 더 하이스트'(2018년 준공)도 전용면적 84.9241㎡ 매매가가 2억7000만 원에서 3억6500만 원으로 올랐다. 불과 5개월 만에 각각 2억 원 이상, 1억 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청원구 오창읍은 지난달 8일 1조 원대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확정된 곳으로, 해당 발표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청원구 지역 아파트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연초부터 지난 5월 1주차(-0.01%)까지 약세를 보였으나 2주차 0.12%로 반등해 이달 1주차에는 1.07%로 치솟았고, 2주차에도 0.57%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근 지역도 신규 물량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다. 청원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활인프라가 잘 갖춰진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청주 가경 아이파크'는 지난 1월 2억~3억 원대에 거래된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이달 들어서는 4억 원대에 매매되고 있다. 인근에 있는 '가경자이' 분양권(전용면적 84㎡) 가격도 지난 2월 3억 원대 초중반에서 지난 5월 4억 원선으로 뛰었다.

흥덕구 역시 방사광가속기 유치 발표를 기점으로 가격이 큰폭으로 상승 중이다. 흥덕구 지역 아파트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지난 5월 1주차 0.03%에서 2주차에 0.13%로 올랐고, 6월 2주차에는 1.09%까지 폭등했다. 이 기간 1%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흥덕구가 유일하다.

이 같은 과열현상은 청약시장에서도 엿보인다. 청주 상당구 동남지구에 공급되는 A아파트 견본주택은 지난주 오픈 첫날 수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됐음에도 비예약 고객들이 대거 몰려 견본주택 주변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는 게 A아파트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원구에서 시작된 과열현상이 청주 중심 지역인 흥덕구에 이어 신흥 주거지인 상당구로 확산되고 있다.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지난해 말부터 조짐이 있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정부의 지방광역시 전매제한 기간 강화 조치로 다른 지역 수요자들도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 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투기 목적 수요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주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집값이 오르는 단지들을 잘 살펴봐라. 신축 아파트나 분양권만 가파르게 뛰고 있다.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겠지만, 매매하기 쉬운 물건으로 투기세력이 몰려서 가격을 띄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봐도 외지인들이 진짜 많이 내려왔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구축들도 다 따라간다. 실수요자들만 낭패를 보게 생겼다. 정부가 진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면 진작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아직도 청주가 미분양관리지역이라니 이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부동산시장 관계자도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서면 인구가 13만 명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완전 거품이다. 그 거품 때문에 집값에 거품이 꼈다. 방사광가속기가 아니라 집값가속기"라며 "더 늦기 전에 지역 주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충청북도, 청주시도 자꾸 말도 안 되는 뜬구름만 잡지 말고 앞으로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