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망론] 뭉치면 이낙연, 흩어지면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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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대망론] 뭉치면 이낙연, 흩어지면 정세균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6.27 10:2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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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차기 DJ 만들어 恨 풀자”…폭발하는 호남대망론
호남, 뭉치면 강하다…집권가능성 따라 후광 돼준 호남
이낙연과 DJ의 평행이론…대세론, 친문 선택에 달려
‘이낙연 대세론’ 막을 자 누구?…  盧와 정세균의 평행이론
최초의 균열은 내부에서 온다…丁, ‘전북홀대론’ 카드 꺼낼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바야흐로 ‘이낙연 대망론’의 2020년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정가를 호령했던 ‘이낙연 마케팅’은 상당 부분 ‘이낙연 대망론’에서 비롯됐다. ⓒ시사오늘 김유종
바야흐로 ‘이낙연 대망론’의 2020년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정가를 호령했던 ‘이낙연 마케팅’은 상당 부분 ‘이낙연 대망론’에서 비롯됐다. ⓒ시사오늘 김유종

“황교안? 안철수? 글쎄…. 사람 착하다고 다 대통령 되나. 지금 대권주자가 누가 있나. 정치판에 주자라곤 현재 이낙연 의원뿐 아닌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2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 대세를 따라 쉽게 쉽게 재집권으로 가자는 것이 일반 당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이 아닐까.”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바야흐로 ‘이낙연 대망론’의 2020년이다. 당 중진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유일 대권주자로 이낙연을 꼽는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12개월째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은 6개월 연속 20%를 상회했다. 보수 야권에서 3%의 벽을 넘은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는 수치다. 이낙연이라는 이름 옆자리에 ‘대세’라는 오만한 단어를 붙여도 차고 넘치지 않는 현실이다.

 

“이낙연, 차기 DJ 만들어 恨 풀자”…폭발하는 호남대망론


“호남에 대한 의도적인 차별과 핍박은 정치적인 산물이다. 역사의 고장 호남은 저항과 충절의 땅이다. 호남인들은 사회적 모순에 온몸으로 저항했고 시대정신을 선도했으며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의 젖줄 호남 땅은 역설적이게도 저주의 땅이 되었고, 그래서 한이 짙게 서린 고장이 되었다.”

-양정석, 〈1300년 역사의 비주류 호남의 한〉, 2012.

‘뉴 DJ시대 개막!’, ‘이낙연 집권!’, ‘호남 대통령 만들겠습니다.’

호남 민심은 이를 한 발 앞서 감지했다. 21대 총선을 2주여 앞둔 지난 4월의 선거운동기간, 호남에선 ‘이낙연 마케팅’ 붐이 일었다. 이낙연 이름 석 자와 그의 얼굴은 온갖 호남 지역 현수막에서 나부꼈다.

시작은 광주 광산갑에 출마한 4선의 민생당 김동철 후보. 김 후보는 선거사무소 외벽에 ‘50년 막역지기, 김동철과 이낙연’, ‘문재인 성공! 이낙연 집권!’ 등의 문구와 함께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한 사진을 걸어놓았다. 이낙연 의원과 중·고등학교는 물론 같은 대학교를 나온 지연 및 학연을 강조하며 광주 표심을 파고든 것이다.

6선의 민생당 천정배 후보(광주 서구을)도 ‘호남 대통령 만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꺼내들었다. 여기서 ‘호남 대통령’이란 천 전 의원도, 민생당 관계자도 아닌 이 의원을 뜻한다. 같은 당의 박주선(광주 동구남구을), 장병완(광주 동구남구갑), 황주홍(고흥·보성·장흥·강진), 박지원(전남 목포) 후보 모두 이 의원을 칭찬하며 ‘호남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 김경진 후보(광주 북구갑)는 질세라 SNS 대표 사진으로 이 의원과 두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물론 이들의 행보는 여러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타당 유력인사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는 처세술이 낮뜨겁다”면서 “민망한 꼼수로 승부하려는 전략이 ‘parasite(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고 일갈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직접 광주를 찾아 “정치는 친분 관계로 하나. 총선 시점에 노골적으로 호남대통령을 얘기하는 건 이쪽(전라도) 말로 거시기하다(곤란하다)”고 조소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들의 전략은 일각의 비판대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호남의 총 28석 중 27석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호남 정치인들이 ‘지지율 바닥(1~2%대)’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최후의 수단’으로 택한 선거운동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터다.

호남 정가를 호령했던 ‘이낙연 마케팅’은 호남을 향한 어떠한 무형(無形)의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호남의 높은 정부여당 지지율이 상당수 이낙연 의원에 의해 견인됐다는, 다시 말해 호남인들이 ‘이낙연 대망론’을 소망한다는 추측 말이다.

지난 4월, 호남 민심 향방을 취재하던 도중 만난 국민의당 출신의 한 호남 정가 관계자는 “호남 지역의 정부여당 지지율은 이낙연 총리로부터 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 전 총리를 향한 호남의 ‘내 사람’ 정서는 수도권이 예상하는 것을 뛰어넘는다”고 단언했다.

광주 광산을에서 재선을 했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지난 3월 기자와 만나 “오히려 호남은 민주당 자체에 대해선 상당히 비판적”이라면서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호남, 뭉치면 강하다…집권가능성 따라 후광 돼준 호남


“과소평가하는 힘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집단적 증오의 힘이다.”

-랄프 피터스, 〈Fighting for the Future: Will America Triumph?〉, 1999.

호남이 처음부터 ‘호남 출신 대통령 만들기’에 몰두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대 김대중(DJ)’ 구도로 치러진 1971년 제7대 대선에서, DJ는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61.52%와 62.80%의 지지를 받았다. 박정희 후보 역시 전북 35.48%, 전남 34.43%로, 양 후보에 대한 지지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13대 대선 당시 DJ가 호남 전체 지역 평균 86.6%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시발점으로, 14대 대선 90.4%, 15대 대선에서는 93.4%라는 압도적인 ‘뒷배’를 얻게 된다. 박정희·전두환 군사 정권 하에서의 차별과 핍박,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증오, 짓눌려왔던 인정의식과 권력욕이 DJ의 집권 가능성과 함께 폭발한 것이다.

DJ는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했고, 이기택 총재와의 갈등 끝에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제1야당 민주당을 분열시켰으며, 무려 세 차례나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서 실패한 전력(戰歷)을 가진 노장(老將)이었다. 요즘말로 ‘비호감’ 이미지가 컸던 인물이다. 몇몇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야권 분열을 일으킨 DJ가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밉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J는 만 74세 역대 최고령의 나이로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그의 든든한 뒷배, 호남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몫을 했다는 결론이다.

‘호남 재집권 시대’ 팻말 아래 ‘이낙연 대망론’을 지지하고 있는 김동철과 박주선. ⓒ뉴시스
‘호남 재집권 시대’ 팻말 아래 ‘이낙연 대망론’을 지지하고 있는 김동철과 박주선. ⓒ뉴시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렀다. 앞선 세대 사이에서 심각했던 호남 차별은 아래 세대로 갈수록 완화됐지만, 영남패권론에 대한 분노와 재집권에 대한 염원은 남았다. 이를 두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지역감정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광주민주항쟁에서 입은 호남인들의 집단적 정신 충격은 한편으로는 민주변혁을 추진하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다른 한편으론 소외의식이 집단적 한(恨)으로 변하면서 호남인들의 마음 속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호남 출신 대통령, 또는 친(親)호남 성향 대통령을 세우는 것만이 호남의 한을 달랠 수 있는 ‘살풀이’ 방식으로 고정된 것이다.

호남은 숨죽여 때를 기다려 왔다. 적기(適期)를 찾는 과정에서 이례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정권을 잡아올 수 있느냐 없느냐, 오직 ‘정권 창출 능력’을 최우선으로 전략적 투표를 해 온 것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 호남은 ‘호남 정치인’의 상징과도 같았던 DJ의 동교동계(새천년민주당)가 아닌, 그들을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이라고 비판해 몰아낸 집권당 열린우리당에 의석의 80%를 주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 호남은 민주당이 아닌 신인 안철수와 동교동계가 뭉친 국민의당에게 82%의 의석을 허락했다. 1년 후 치러진 2017년 제19대 대선. 그들은 안철수 후보보다 지지율이 앞섰던 문재인 후보에게 2배 이상의 투표권을 행사했다.

마침내 2020년, ‘호남 대망론’의 적기가 왔다. 1년 째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대세론’을 형성한 이낙연 의원을 향한 강력한 연대의식을 보고 있자니, 이제 호남은 소원(大望)을 비는 것을 뛰어 넘어 하나의 예고장을 날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낙연과 DJ의 평행이론…대세론, 친문 선택에 달려


“민주당에 복귀하려는 이유? 이낙연 의원 때문이지요. 그를 지지하기 때문이에요. 먼저 이 전 총리가 강력하게 도와달라고 요구했어요. 아들(정호준 전 의원)과 권노갑 전 의원을 비롯해 10여 명이 도와주기로 했지요.”

‘동교동계 좌장’으로 손꼽히는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복당 추진과 관련해 이낙연 의원과의 교감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낙연 의원은 기자 시절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정대철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와 친분을 쌓았다. 이후 동교동계의 권유로 새천년민주당에 입문,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함평·영광군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 한 마디로 정치인 이낙연의 뿌리는 ‘동교동계’, 즉 DJ에 가깝다는 뜻이다.

한편 정대철 전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당권 행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미 ‘이낙연 판’이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을 것”이라면서도 한 가지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내 ‘이낙연계’라고는 말하자면 이개호 의원 한 명 정도지요. 이낙연 의원은 국민 지지는 센데, 정당 지지세가 약해요. (당에) 자기 사람이 없단 말이지요.”

대세론을 달리는 이 의원의 유일한 약점이 ‘세(勢)’에 있다는 말이다.

현재 177석 ‘슈퍼여당’ 민주당의 주류 계파는 명실상부 친문(親文)이다. 민주당의 한 소식통은 지난달 통화에서 “그들(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도 성골인 ‘진문’과 진골인 ‘친문’으로 또 급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일명 ‘진문’ 의원들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뿐만 아니라, 초선 의원 상당수가 청와대 출신이거나 ‘친문’ 성향의 사람들이다. 정태호·윤영찬·이용선 의원 등 청와대 출신만 민주당 초선 68명 중 16명(23.5%)이다. 친문(親文)이 등을 돌리면, ‘이낙연 대세론’도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심(文心)은 어디로 갈까. 2년 후의 향방을 미리 점칠 수 없겠지만, 당 내부에서도 ‘일방적 대세론’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추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통화에서 “이낙연 의원의 집권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는 그가 잘해서 일어난 일이 결코 아닐 것”이라며 “대세론을 쉽게 입에 담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도 지난 6일 광주의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잘 하고 있고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도 받고 있지만, 과거 (대세론을 형성했던) 고건, 이회창 전 총리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실수를 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전당대회. 이는 ‘이낙연 대세론’과 ‘문심’을 가늠하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대세론’ 막을 자 누구?…  盧와 정세균의 평행이론


민주당 당대표실과 당사에는 둘의 사진과 흉상까지 나란히 놓여 있다. ⓒ뉴시스
민주당 당대표실과 당사에는 둘의 사진과 흉상까지 나란히 놓여 있다. ⓒ뉴시스

그런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다른 당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관례가 하나 있다. 국민의례 절차에서 전직 진보 대통령, DJ와 노무현을 앞 뒤 순서로 꼭 같이 언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DJ와 노무현의 정신을 함께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식이다. 민주당 당대표실에는 각각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당사에는 둘의 흉상이 쌍생아처럼 붙어 있다. 당직자 모임은 지난해 두 대통령의 생활 터전이었던 목포와 봉하 마을을 모두 방문해 추모를 표했다.

필자는 앞서 이낙연 의원이 ‘DJ의 후예’에 가깝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의 후예’를 상징할 만한 인물이 그의 ‘맞수’가 될 터다. 이 의원처럼 호남대망론에 힘입어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가져올 수 있고, 또 친문에게 호의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게 민주당 내 한 명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세균계가 총선을 앞두고 당에서 힘깨나 쓰고 있다. 대권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작년 7월, 총선 공천 작업을 앞두고 민주당의 한 지역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정세균 현 국무총리의 이름을 귀띔했다. 그는 정세균계의 영향력 행사를 경계하며 그가 대권을 노리고 세를 키우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낙연과 정세균. 두 사람은 호남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 아래서 총리를 역임했으며, ‘정치 1번가’라는 종로 지역구를 거쳐 갔다는 사실로 인해 같은 부류로 취급된다. 그러나 이 의원이 DJ의 성향을 갖고 있다면, 정 총리는 노무현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 의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사태 당시 동교동계와 함께 민주당에 잔류했다. ‘탄핵 사태’로 인한 ‘열린우리당 열풍’과 ‘민주당 역풍’ 속에서도 민주당에 남아 지역구를 지켰다. ‘탄핵 사태’ 당시엔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으나, 2004년엔 ‘이라크 파병반대 성명서’ 공세를 펼쳤고,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국민의 정부(DJ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열매만 따먹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노 대통령 임기 동안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정 총리는 1995년 당시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최고위원의 제안으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지만, 노 대통령을 따라 열린우리당 행을 택했다. 그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불리던 쇄신파와 여당의 ‘탈호남’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동교동계로부터 “DJ와 호남 덕분에 의원 된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를 매도할 수 있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부터 의장(당대표)까지 등 요직을 두루 맡아 △행정복합도시특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개정법 등 참여정부의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명실상부 ‘원조 친노’로 불렸던 인사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지난달 28일 통화에서 “정세균계는 ‘친문’보단 ‘친노’에 가깝지만, ‘실용적인 노선’을 중시하는 편이라서 친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최초의 균열은 내부에서 온다…丁, ‘전북홀대론’ 카드 꺼낼까


“무슨 일이건 그렇지만 최초의 균열은 내부로부터 온 것이었다.”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1981.

그러나 대세(大勢)는 깨기 쉽지 않기에 대세라고 불린다.

호남은 여전히 이 의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 총리가 친문의 지지를 등에 업기 위해선 ‘절대 우군’, 호남의 지지가 먼저 필요한 상황이다.

대세론이라는 안락한 우산 속으로 들어가려면, 출신지역이 같다는 소박한 애향심으로 뭉치는 것으론 부족하다. 정략적 측면에서 지역주의를 활용하고, 때론 이를 극대화하면서 상품화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DJ 역시 지역주의를 발판 삼아 집권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는 1995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할거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지역 등권론’을 내세워 호남 및 비(非)영남인들의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그는 전국 강연을 다니면서 “그동안 우리는 TK, PK가 국정의 혜택과 권리를 독점하는 지역패권주의 속에 살아왔다”, “등권주의란 특정 지역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 똑같이 나눠 갖자는 것”, “반대하는 사람은 그동안의 권력 독점을 내놓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는 논리를 설파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들의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여당인 민자당은 PK(부산·경남), DJ의 민주당은 호남, 김종필(JP)의 자민련은 충청 지역을 차지했던 것이다.

전북 홀대에 대한 원망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만약 정세균 총리가 호남대망론과 함께 ‘전북홀대론’ 카드를 사용한다면, 이낙연 의원의 입지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전북 홀대에 대한 원망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만약 정세균 총리가 호남대망론과 함께 ‘전북홀대론’ 카드를 사용한다면, 이낙연 의원의 입지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균열은 이질성에서 시작되고, 상대성에서 증폭된다.

‘호남의 한’도 상대적 패권을 갖고 있었던 영남과의 비교에서 강화됐다. 그중 전북은 광주·전남에 비해 소외된 도시다. 전북을 두고 ‘호남 속의 호남’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실제 전북 정가에선 ‘호남권’이 광주와 전남에 집중된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지역 숙원 사업인 ‘탄소소재법 개정안(탄소법)’이 무산되자 지역 정가와 언론들은 일제히 ‘전북 홀대론’을 주장하면서 “여당인사들에게 표를 일등으로 주는 곳이 전라북도인데 이렇게 차별 받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21대 총선, ‘슈퍼여당’ 민주당이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에서 유일하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은 단 한 석을 제외한 나머지 호남 전 지역을 석권했다.

정세균 총리는 15대 총선에서 그의 고향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군에서 당선된 후 18대까지 전남에서 내리 4선을 지낸 ‘전북통’이다. 반면 이 의원은 ‘전남 4선’이자 전남도지사를 역임해 이른바 ‘전남 대통령’으로 불린다.

이에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26일 통화에서 “전북 홀대 역사는 뿌리가 깊다. 정 총리가 호남대망론과 함께 ‘전북홀대론’을 등에 업으면 호남 대표주자로 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의 입장에선 정략적으로 ‘전북홀대론’ 카드가 이 의원을 상대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전남·전북·광주를 호남권으로 묶었지만 전북은 제 몫 찾기 어려웠다”면서 “전남과 전북의 차이는 김대중 후보의 출신지가 전남 서부 지역이라는 점과 함께,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낙연 의원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2일 전북도청에서 열리는 ‘호남권 간담회’에 참석했다. 과거 총리 시절부터 11차례나 전북을 방문한 셈이다. 이 의원의 전북 방문은 전북 출신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정세균 총리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원로들은 일찍이 대권 다툼을 두고 ‘레토릭(수사법)’ 선점 싸움이라고 했다. 전당대회는 두달 앞, 차기 대선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김대중 대 노무현’, ‘전남·광주 대세론’ 대 ‘전북홀대론’의 레토릭 맞대결은 성사될까.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성사된 이낙연과 정세균의 ‘총리 대전’, 그 레토릭 대결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호남과 친문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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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020-06-28 12:51:56
전북도 정신 차려야지,. 전북피해의식으로 탄생시킨 괴물이 정동영이같은 놈이 아닌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지,,,,결국 정세균이되면 죽는다는 뜻이군. 심오하네.

누리 2020-06-28 11:31:03
글쎄 노력하면 불가능은 가능이로 바뀔수있지 않나

마하 2020-06-27 15:37:50
언론들이 민주당 분열을 조장시키는 기사를 쏟다내고 있네

이게나라냐 2020-06-27 12:48:29
재미는있네. 근데 정세균이 이낙연한테 될거라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겅가? 총리든 전북이든 다 될리가 없음. 이낙연은 수도권 민심이 있는데

KCCP 2020-06-27 11:40:12
기자님! 이런 기사좀 그만쓰세요 민주당 안티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