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대등한 통합은 없어 …통일의 본질은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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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대등한 통합은 없어 …통일의 본질은 흡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11.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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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65)] “공존을 선택할 수 있지만 공존이 곧 통일이 되는 건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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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동반성장포럼이 12일 열렸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를 초빙해 열린 이날 포럼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본관 2층 마로니에 세미나홀에서 열렸다. ⓒ시사오늘

제 71회 동반성장포럼이 12일 열렸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를 초빙해 열린 이날 포럼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본관 2층 마로니에 세미나홀에서 열렸다. 입구부터 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 필수 착용 당부, 인적 사항 확인 등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했다. 방역을 위해 간격을 두고 앉긴 했지만, 강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추가로 좌석을 비치해야 할 정도였다. 포럼 주제는 "평화적 흡수통일과 동반통일의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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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12일 동반성장포럼 인사말에서 김근식 경남대 교수에 대해 "남북 간 동반성장문제에 관해 가장 균형감각 있는 말씀을 해왔다"라고 소개했다. ⓒ시사오늘

“남북 간 동반성장 문제에 관해 가장 균형감각 있는 발언 해와"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인사말에서 김 교수에 대해 "남북 간 동반성장문제에 관해 가장 균형감각 있는 말씀을 해왔다"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통일이 어떻게 다가올 것이고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그려보면 복잡한 문제가 많다"라며 "통일까지 어떻게 갈것인가 까지만 생각하지 그 이후에 대해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통일의 프로세스, 즉 과정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라고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대등한 통합은 없다, 통일의 본질은 흡수"

김 교수는 우선 통일의 본질을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냉혹한 평가 같지만 통일은 결코 우리가 계획한 대로, 통일 방안대로 되지 않는다. 옳은 방향이 뭐냐고 물으면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이겠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통일의 본질은 한쪽의 소멸이다. 독일도, 베트남도, 예멘도 모두 그랬다. 공존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공존이 곧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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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2일 동반성장포럼 강연에서 통일 과정의 원칙을 설명했다. ⓒ시사오늘

"역동성을 전제하되, 진보성을 담보하라"

이어 김 교수는 통일 과정의 원칙을 설명했다.

"통일은 역동성을 전제하되 진보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연히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과정이 가장 이상적이다. 역동성은 강한 통일의 구심점, 동력이 될 것이다. 구심점이 생기면 막을 방법이 없다.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통일을 열망한다면 그걸 제어할 수 있겠는가. 다만 역동성이란 건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절대로 남한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방향성이 중요하다. 통일이 꼭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통일은 잘못 준비하고 잘못 통합하면 재앙이 된다. 더 나은 결과로서의 통일, 진보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하고, 북한 역시도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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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2일 동반성장포럼 강연에서 "진보냐 퇴보냐의 관건, 나아가 통일 성패의 관건은 강연 제목에서도 언급했듯 '평화적 흡수통일'”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독일과 예멘의 사례, 왜 ‘평화적 흡수통일’인가

"진보냐 퇴보냐의 관건, 나아가 통일 성패의 관건은 내가 강연 제목에서도 언급했듯 '평화적 흡수통일'이다. 갈등과 유혈이 난무하지 않는 평화로운 상태에서 이뤄지는 통일은 '대박'일 확률이 높다. 반면 그렇지 못하면 '쪽박'이 된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한 나라들인 독일과 예멘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둘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통일했다. 그러나 독일은 유럽을 이끄는 나라가 됐고, 예멘은 독재와 테러의 온상이 돼 있다. 그 차이는 평화적 통일이었느냐, 내전을 거친 통일이었느냐와 강한 통합적 구심력이 있었느냐, 허울뿐인 합의형 대등 통합의 취약함을 드러낸 통일이었느냐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평화적 흡수통일이다. 여기에 더해 동서독 간 지금도 인식의 격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일 후의 남북 갈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화해 협력 기간, 상호 민주성이 꼭 필요하며 관용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북한에서 공산당 지지층이 10%~20%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관용이 필요하다. 당연한 일 아닌가, 갑자기 북한이 붕괴된다고 공산당을 지지하던 북한 주민들이 한순간에 그들을 버린다는 예상이 더 비현실적이다. 독일은 어찌됐든 해냈다. 그렇지 않으면 성숙된 평화통일이 아닌 예멘과 같은 내전의 길로 갈 확률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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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2일 동반성장포럼 강연에서 남남갈등의 첨예화 상황을 진단하고, 해소법을 제시했다. ⓒ시사오늘

"첨예한 남남갈등부터 해결해야 통일도 온다"

김 교수는 이어 남남갈등의 첨예화 상황을 진단하고, 해소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 안에서도 관용이 없다.  단순한 대북 정책 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로 갈려서 모든 사안에 첨예한 대립 중이다. 나는 '자폐적 진영논리'라고 부른다. 자신이 지지하는 층에만 갇혀있는 것이다. 소수의 강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 너무 많은 사람을 대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동반 통일의 우선 과제는 남남갈등의 해소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남남갈등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장악하고 있는 한 북한에 급변사태가 와서 통일이 된다 한들 평화통일은 어렵다."

김 교수는 현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덧붙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지금 눈앞에 위대한 순간이 오거나 혹은 가장 도전적인 순간이 오고 있다. 어떻게 할 건가. 민족이 거듭나느냐, 결딴나느냐다. 그런데 현 정치판은 소위 '개판'이다. 내가 폴리페서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정치를 하겠다는 이유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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