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갈등의 시대…원희룡을 주목하는 이유
[시사텔링] 갈등의 시대…원희룡을 주목하는 이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1.17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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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분열과 갈등에 통합 이끌 후보 부각…중도 이미지 강한 원희룡에 시선 쏠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진보 진영과도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진보 진영과도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뉴시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일정한 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일관된 경향성이 한 가지 발견됩니다. 국민은 전임 정권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인물에게 다음 대권을 허락한다는 겁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총 7명의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여기서 군부정권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노태우 정권을 시작점으로 놓고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납니다. 후임 정부는 전임 정부를 실정(失政)을 ‘보완’하는 성격을 띤다는 거죠.

앞서 언급했듯이, 노태우 정권은 군부정권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시대정신은 ‘민주화의 완성’이었고, 민주화 투쟁을 앞장 서 이끌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다음 대권을 맡겼습니다. 권위주의적 군부정권의 악습을 타파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뤄달라는 요청이었죠.

실제로 문민정부는 금융실명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등을 도입해 ‘적폐 청산’에 앞장섰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등 사회적인 분위기도 누그러뜨렸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를 맞아야 했고, 국민은 ‘경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대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로 넘어간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습니다. 박학다식(博學多識)하기로 유명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경제체제의 개혁과제를 다룬 <대중 참여 경제론>이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경제 방면에도 식견이 높았습니다. 또한 오랜 정치 경험으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비전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신자유주의는 전에 없던 양극화를 촉발했습니다. 당사자인 IMF마저도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신들의 처방이 불평등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이러자 김대중 정부 말기, 국민의 시선은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로 모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3김(金) 시대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지역주의와 권위주의를 완화하는 등 정치·사회적으로 적잖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지니계수(소득 불평등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0.281로 김대중 정부 때보다 높아졌고, 경제성장률도 0.7%포인트로 김대중 정부(2.1%포인트) 때의 1/3에 그치는 등 경제적으로는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러자 다음 대권은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을 2.9%포인트까지 높이고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비교적 잘 대처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반면 분배보다는 성장에 치중하는 정책으로 역대 최고의 지니계수(0.292)를 기록하는 등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때 ‘경제 민주화’를 들고 나오면서 대권을 잡은 인물이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 민주화 구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이른바 ‘올드 보이’들의 귀환으로 권위주의적 색채는 강해졌습니다. 다시 한 번 시대정신이 ‘탈권위주의와 양극화 해소’로 돌아온 겁니다.

탈권위주의와 양극화 해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창했던 가치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노무현 정부 계승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다양한 개혁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뚜렷하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무너뜨려야 할 대상으로 지목함으로써 사회 갈등이 격화됐다는 겁니다. <한국리서치>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해 1월 28일 발표한 ‘2018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4%가 ‘문재인 정부 내에서 갈등이 더 늘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차기 대권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 즉 ‘통합’을 중시하는 인물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공산이 큽니다. 보수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 지사는 중도보수적 색채를 지닌 인물로서, 진보 진영에서도 호평을 받는 보수 정치인으로 꼽힙니다.

또한 원 지사는 제주도 출신으로 우리 정치의 뿌리 깊은 ‘영·호남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게다가 그 스스로가 ‘흙수저’ 출신으로 빈부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수차례 유치장 신세를 졌을 만큼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열정적으로 투신한 경험도 있습니다. 보수정당에 속해 있지만, 진보 쪽과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정치인이죠.

2014년 제주도지사 당선 후에는 자신의 경쟁 후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전 지사를 지사직 인수위원장(새도정준비위원장)에 임명하고,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도의회와의 협치(協治)를 제도화하는 등 이념과 정당을 뛰어넘는 ‘통합 정치’를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한 발 앞서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발맞췄던 원 지사는 과연 지금까지의 패턴처럼 ‘유력 대권주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원 지사 말대로, ‘내년 4월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대권 경쟁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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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0-11-17 18:40:58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