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연말 ‘사우디 쇼크’…“내년에도 이어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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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연말 ‘사우디 쇼크’…“내년에도 이어질까 우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2.30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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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했던 일, 대규모 토목공사 수주 예상"
"저유가가 발목 잡아…아세안 시장 적극 공략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중국발(發) 코로나19 사태에도 2020년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국내 건설업계가 연말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다수의 건설사가 수주를 노리던 사우디아라비아 자프라 플랜트 사업이 취소된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일이 오는 2021년에도 발생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프라 플랜트 사업 발주처인 아람코는 최근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해당 사업 입찰에 참여한 국내 건설업체에 사업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취소 사유는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발주처의 재정 악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연 리스크 등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아람코는 지난 상반기 일부 패키지에 대한 시공사 선정 작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팬데믹을 이유로 계획을 미룬 바 있다.

자프라 플랜트 사업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수주에 전력을 기울인 약 4조 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패키지2는 국내 건설사의 수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고, 다른 패키지들도 비록 최저가 입찰은 아니지만 준공 경험과 기술력 측면에서 발주처가 우리나라 업체를 택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됐다. 그런데 사업이 아예 좌초된 것이다. 건설사들이 특정 해외사업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는 시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6개월~1년, 여기에 투입된 수많은 물적·인적자원이 모두 공염불이 된 셈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3분기 콘퍼런스콜 당시 자프라 플랜트 사업을 수주가 유력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사업 취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자프라 플랜트 사업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안인데 왜 우리한테 그런 걸 물어보느냐. 마땅히 할 얘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처지를 이해해달라. 드라이하게, 양해를 바란다"고 답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우디 쇼크'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록 백신이 풀리긴 했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하고, 친환경 기조를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저유가 장기화는 이번 자프라 플랜트 사업과 같이 중동 지역 산유국 재정 악화에 따른 사업 지연·취소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 건설업계의 경우 올해 해외 수주액 3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데에 있어 중동(전체 수주액 중 약 33%)의 역할이 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6일 열린 석유 콘퍼런스에서 "오는 2021년 국제유가는 석유 수요 회복으로 상승하겠으나 올해보다 배럴당 6~7달러 소폭 오르는 데에 그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석유산업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위한 절차가 진행돼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시장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 봉쇄 조치가 심화될 여지도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 보이지 않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대부분 건설사들은 오는 2021년 해외 수주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평가하는 눈치다. 올해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만큼, 내년에도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자프라 플랜트 사업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뜻밖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중동 지역에서 내수용 플랜트 사업 발주는 계획대로 추진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한국판 뉴딜처럼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려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토목 분야에서 수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프라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가 동시에 발목을 잡은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플랜트가 아닌 인프라에 예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시장은 앞으로도 여러 리스크가 예상되는 만큼, 최근 급부상한 아세안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국내 건설사들에게 유리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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