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증거”…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 사법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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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증거”…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 사법부 규탄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1.1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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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받아 판매한 옥시 유죄, 원료 공급한 SK 무죄?”
“납득 못해…폐 질환뿐 아니라 전신 질환 주목했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SK와 애경 등의 관계자 전원이 무죄로 판결나자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는 지난 12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대표와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혜정 가습기살균제참사 비상대책원회 위원장, 송운학 개혁연대민생행동  상임 대표, 김선홍 환경단체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아픈 우리 몸이 증거”라고 절규했다. 또한 “재벌과 대형로펌이 야합한 결과 제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나라 사법부가 죽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악마의 물질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배경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SK간의 정략결혼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SK비호가 지난 30년간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본다”며 “2011년에도 가습기살균제 원조, 원죄 기업인 SK 원료물질인 CMIT, MIT는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가 지난 30년간 별스럽게 SK를 비호하며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1991년 제정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CMIT, MIT는 처음부터 정부가 책임을 지고 관리했어야 할 유해 화학물질이었고, 2003년~2004년에도 환경부는 자체적으로도 마련한 시행령 규칙대로 안전성 시험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명석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 대표는 “이윤추구에 눈이 먼 기업은 독성 유해물질을 흡입하게 하고, 정부는 그 독성물질을 만들어서 팔도록 허가해 수많은 사망자와 사상자를 만들었다”며 “참사의 해결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와 국회, 특조위, 재판부가 보여준 행태는 후진국가를 넘어선 미개한 국가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또한 “피해자의 몸이 증거인 전신질환과 죽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며 “피해자의 몸이 증거인데 사람의 몸으로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쥐 실험을 통한 증상을 사람에게 적용한 뒤 인과관계가 없어 무죄라는 게 판결이 되느냐”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측은 1심 판결이 잘못이었음을 항고심 재판부가 바로잡아 정의와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물질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모두 알고 있고 무려 1609명이 사망한 사건”이라며 “정부도 기업도 무죄인데 대통령과 기업 대표들이 머리 조아려 사과한 이유는 무엇이며, 무죄라면 사망한 1609명의 피해자는 가해자 없이 자연사를 했다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송운학 개혁연대 민생행동 상임대표는 “원료를 공급받아 판매한 옥시는 유죄인데 원료를 공급한 SK는 무죄라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또한 송 대표는 폐질환을 유발하는 가습기살균제 원료와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서로 다른 구조와 성질을 갖고 있는데, 판결에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CMIT와 MIT라는 원료를 두고 폐질환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이들 원료의 공통점은 흡입하거나 피부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엄격한 조건 아래 살균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단 한 가지뿐”이라며 “피해자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전신질환에 주목했다면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사회적 참사로 인정하고 정부가 배·보상 후 가해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을 촉구했다.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대통령과 최창원 SK케미칼 전 대표, 채동석 애경산업 전 대표 등은 아무 책임이 없다면 왜 사과한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국전쟁 이후 제일 큰 참사인 1609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해괴망측한 판결”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1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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