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사전투표 음모론’, 보수의 위험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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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사전투표 음모론’, 보수의 위험한 선택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2.2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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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말라며 말리는 보수
지지층 투표율 감소로 이어질듯
사전투표 독려, 리스크 줄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사전투표 참여를 막는 건 보수에게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사전투표 참여를 막는 건 보수에게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사전투표 음모론’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치러진 4·15 총선에서 대대적인 사전투표 조작이 이뤄졌으며,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정부여당이 같은 방식을 통한 ‘부정선거’를 획책(劃策)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보수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말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지난달 22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앞에서 열린 ‘자유민주원팀혁명 광주 선언식’에서 “사전투표를 하지 않으면 부정선거 조작 범위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전(前) 당대표까지 나서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보수 후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보수 지지층의 투표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2030세대의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갤럽>이 15일부터 17일까지 수행한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18·19세 포함)에서의 윤 후보 지지율은 32%, 30대에서의 지지율은 33%로 20대에서 20%, 30대에서 32%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높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2030세대는 투표율이 낮은 경향이 있었다. 제19대 대선(20대 76.1%·30대 74.2%·40대 74.9%)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치러진 모든 대선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가 20대(제16대 대선 47.2%·제17대 대선 42.1%·제18대 대선 68.5%)였고 그 다음으로 낮은 세대가 30대(제16대 대선 55.1%·제17대 대선 45.5%·제18대 대선 70.0%)였다.

이렇게 보면, 2030세대와 60대 이상으로 하여금 4050세대를 ‘포위’하게 만들겠다는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2030세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더욱이 선거 당일이 법정공휴일이라는 점까지 고려할 경우, 오히려 사전투표를 독려해 전체 투표율을 높이는 쪽이 윤 후보에게 유리할 공산이 크다.

비단 2030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언제 어떤 이유로 선거 당일에 투표할 수 없는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3월 9일만을 기다렸다가 당일에 투표할 수 없는 개인적 사유가 생긴다면, 윤 후보는 ‘사전투표 음모론’ 탓에 1표를 잃게 되는 셈이다. 논리적으로 따져 봐도, 사전투표를 독려해 보수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이미 법원은 ‘사전투표 음모론’에 대해 ‘허위 주장’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윤석열 후보가 사전투표에서도 압도적으로 득표할 수 있도록 사전투표장에 한 분이라도 더 나갈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사전투표 거부 시, 선거 당일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 보수 유권자들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어 보수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사전투표 음모론,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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