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죽음의 진실⑦> 장준하 의문사 재조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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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죽음의 진실⑦> 장준하 의문사 재조사의 이유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10.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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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전 조사관, 유골 감정과 국가기관 자료 확인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아래는 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 관련, 6일(사건 현장인 경기도 포천 약사봉 산행), 7일(장호권 장준하 유족대표 전화인터뷰), 8일(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입수한 장준하 의문사 제출 자료 확인 및 유기홍 의원 측과의 대화, 고상만 전 조사관과의 전화 인터뷰), 9일(이찬열 의원 측과의 대화)  등을 토대로 취재 정리를 목적으로 기사화한 것이다. <편집자 주> 

먼저, 지난 6·8일 잠깐 인터뷰한 결과 고상만 전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의 목적은 하나다. 지난 8월 1일 묘소 이장을 하면서 발견된 두개골 가격흔이 뚜렷이 드러난 이상 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조사 착수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것. 9년 전 그는 다른 조사관들과 함께 이 사건을 진상규명불능으로 남겨뒀다. 조사과정을 통해 충분히 타살로 인정할 수 있었음에도 진상규명 불능으로 남겨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당시 2기 조사위는 88년 포천경찰서 장준하 사건 재조사 기록 입수, 75년 김용환의 사건 경위 진술 녹음테이프, 장준하 선생의 사체 촬영 필름 등 주요 자료를 입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타살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한 유골 감정을 하지 못했다. 또한 국정원(전 중앙정보부)과 기무사(보안사령부)로부터 장준하 사망 전후와 관련된 자료를 받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이 입수한 장준하 의문사 자료.ⓒ시사오늘.
"시체의 외부만 촬영한 사진만으로는 사인에 관련한 어떤 확실한 판단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유골의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또한 국민적 의혹을 가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인 근거인 유골에 대한 검사를 생략한 채 진술과 증언, 그리고 사진 등 만으로 추론하는 것은 계속되는 혼란과 의혹만 증폭되리라 생각…<의문사 조사 2위원회에서 자문을 구했던 4명의 법의학자 가운데 채00 경북대 의대 법의학 교수의 답변서/2004.6 조사재개 제7호 장준하 사건 최종 보고(조사1과)중>

"유골 감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크게 다섯가지로 1. 쟁점이 되고 있는 우측 후두부의 함몰 골절 확인, 2.함몰 골절의 형태에 따른 함몰 골절을 일으킨 둔체를 추정, 3.함몰 골절에 연관한 두개골의 선상 골절, 경추를 포함한 척추의 골절 손상의 유무 및 성상, 4.체내 이상 이물의 확인, 5.만약 추락사라면 이에 합당한 늑골과 골절, 어깨뼈의 골절, 등 일치하는 골절 유무. <의문사 조사 2위원회에서 자문을 구했던 4명의 법의학자 가운데 채00 경북대 의대 법의학 교수의 답변서/2004.6 조사재개 제7호 장준하 사건 최종 보고(조사1과)중>

"국정원 측이 존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난 장준하 관련 '중정 3국(정보 담당) 및 판단기획국(정보취합부서)의 마이크로 필름 형태로 존안하는 문서'를 비롯하여 사건 당일 75.8.17 21:00 '중요상황보고문' 이후 작성된 추가 보고문, 사건 발생후 이동지서에서 필사해 간 변사사건 기록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나 국정원은 자료의 존안 여부를 부인하며 제출을 거부하고 이에 존안 여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위원회의 국정원 실지조사 역시 거부하고 있는 점…(중략)

지난 1기 위원회 조사 당시 위원회에 제출한 존안 문서 외에 더 이상 장준하 관련 존안 문서가 없다고 공문을 통해 수차 답변해 왔으나 2기 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측이 관련 자료를 누락시킨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조사 기간이 거의 만료된 2004.5.1에서야 국정원은 그동안 위원회에 제출했던 문서보다도 더 많은 814페이지의 장준하 관련 존안 문서를 제출하였으나 이같은 국정원의 추가 존안자료에 대한 조사가 2기 위원회 조사기간 만료로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2004.6 조사재개 제7호 장준하 사건 최종 보고(조사1과)중->

"기무사령부 역시 사건 당시 한00 105 보안부대장이 장준하의 사체 검안이 이뤄지던 75.8.18 새벽, 사건 현장을 방문한 후 그 결과를 16절지에 영문 텔레타이프로 작성, 보안사령부 본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되었으나 기무사령부는 이 문서를 비롯하여 단 한 장의 장준하 관련 문서도 존안되어 있지 않다고 공문 회신하는 등 정보기구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함으로서 장준하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확정하지 못하였던 바, 결국 본 건은 장준하의 사망이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개입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법 제24조의2에 규정된 진상규명 불능에 해당한다."<-2004.6 조사재개 제7호 장준하 사건 최종 보고(조사1과)중->

ⓒ시사오늘
조사위가 국가기관이 비협조적이었다고 판단한 근거는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기 위원회에서 밝힌 비협조 내용에 따르면 첫째, 국정원이 의문사 조사위 1기 위원회에 장준하 관련 자료를 제출한 후 더 이상의 자료는 없다고 했지만, 결국 360여 쪽에 달하는 자료를 고의로 빠뜨렸다는 것이 확인된 점.

둘째, 국정원이 자료의 존안을 부인해온 포천지역 중정 정보원 정00, 호림 산악회 임원 김희로의 관련 자료 또한 존안돼 있는 것으로 밝혀진 점.

셋째, 판기국, 3국, 기술정보실에서 생산한 관련 자료 6국 5과 3계에서 45.5.7 이후 작성한 <장준하 관계철>, 75년 3월부터 9월 사이에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 김용환, 김희로, 김용덕 관련자료, 포천경찰서의 장준하 사건 기록 사본 등의 자료에 대해서는 존안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공동으로 확인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국가정보기관의 보안을 이유로 거부한 점 등이다.

한편 고상만 전 조사관을 비롯한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는 2003년 7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다방면의 조사 활동을 벌였고, 70여 페이지 분량의 장준하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 요약본 등 다수의 관련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최근 확인된 바로는 국가기록원은 이 문서를 70년간 해제금지로 묶어놨다는 것이다.

<시사 오늘>이 지난 8일 관련 자료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 행정안전위 민주통합당 간사 이찬열 의원이 국가기록원 정책기획과에 요청, 다량의 해당 문서를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이 입수한 장준하 의문사 자료.ⓒ시사오늘
2기 조사위에서 작성한 자료 확인 결과 국정원은 1964년 3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장 선생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동향을 날짜와 시간별로 기록했다. 24시간 감청은 기본, 장 선생과 함께 활동한 인물들 관련 별도의 인물카드를 작성했을 거라는 것 역시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위해분자 관찰계획보고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를 풀 핵심 열쇠 중 하나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 자료에 기록된 '공작 필요시 보고 후 조치'1975년 3월 31일 자)를 통해 공권력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전 조사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긴급간담회'에 참석할 당시, 국정원 문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장 선생에 대한 암살 계획을 추정할 수 있는 '위해분자 관찰 보고서'가 작성된 후 이 자료만 1975년 4월부터 8월 18일까지 3급 비밀로 됐다. 더욱 의문인 건 장 선생 사건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30분 단위의 보고가 들어갔다. 그런데 약사봉 갈 당시의 기록은 하나도 없다. 8월 18일자로 상급 비밀자료가 해지됐고 그 문서를 작성한 담당자는 일주일간 휴가를 떠났다.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2012.9.26.고상만 전 조사관>"

장 선생 동향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던 사례를 보면, 1975년 8월 17일 포천 산행에 대한 동행 감시 보고 또한 당연히 기록됐을 터, 이러한 자료가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중앙정보부가 사건 당일인 8월 17일 오후 9시에 작성한 장 선생에 대한 중요상황보고서 뿐이다.

ⓒ시사오늘
"장준하는 8.17 08:30 호림산악회 (서울운동장 앞 소재)회원 일행 41명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소재 운악산으로 출발 등반 도중 동일 14:40분경 동 운악산 약사봉 계곡에서 실족으로 추락, 뇌진탕으로 사망하였음. 시체는 검사 지휘를 받기 위해 사고 현장에 보존 중이며 현지 경찰 3명이 현장을 경비중에 있는데 동일행인 김용환(동대문구 이문동 거주)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장준하 부인 및 가족 등이 20:30분경 현장에 도착하였음.<-고상만 전 조사관이 쓴 '장준하 죽음 알린 괴전화, 중정은 알고 있었다'(오마이뉴스 2012년 8월 27일자)중>

이처럼 국가기관은 의문사 조사위에서 요청한 여러 중요 자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의혹은 더 커진 듯하다.

이는 지난 2004년 조사위에서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국가기관이 비협조적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적은 사례 중 몇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1975.3-9 사이에 보고된 대통령보고(일명 옐로우 페이퍼, A보고)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보고에는 당일 발생한 주요 사건과 인물의 동향 그리고 계획의 진행상황이 포함되기 때문에 '위해분자 관찰계획 보고'가 작성돼 동향 감시를 받고 있던 장준하와 관련한 보고가 있었을 것이 확실하고, 당시 판기국 직원의 진술에서도 장준하 정도라면 대통령보고를 통해 동향과 사망 경위 및 내용 등을 보고했을 것이라고 확인되었음."<2004.6 조사재개 제7호 장준하 사건 최종 보고(조사1과)중>

이와 관련,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9월 13일을 기점으로 조금의 의문이 풀렸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통합당 김현·백재현 의원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입수한 청와대 의전일지(1975.8.18~20)를 공개했다. 장 선생 사망 다음날 기록된 의전일지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은 8월 18일 오후 4시 43분부터 5시 30분까지 보안사령관(현 기무사령부) 진종채로부터 무엇인가에 관해 보고를 받은 바 있다.

ⓒ시사오늘(사진=장준하 기념사업회)
한 마디로 2기 의문사위에서 요청 할 때마다 "존안자료 없음"이라고 일관했던 기무사 측의 말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게 이번 기회에 확인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 장준하 선생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 간사를 맡은 유기홍 의원 측에서도 <시사 오늘>에 "(75.8.18)그날 진종채 보안사령부가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보고했다면, 이에 대한 기록이 어떤 형식으로든 보안사령부에도 기재됐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존안자료도 반드시 확인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김용환, 김희로, 김용덕 관련자료의 경우를 보면, 위 사람들은 장준하의 동대문을구 지구당 당직자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인물카드가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많고, 실제로 김용환 같은 경우 서울시경에서 작성한 특수인물존안카드를 중정이 입수하여 보관하고 있었으며 인물자료의 양을 기준으로 중간등급(국정원 회신 내용)에 해당하는 B급으로 분류되었던 점으로 볼 때, 김용환과 관련한 자료는 위원회에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특수인물존안카드 외에 다른 자료가 존안돼 있을 것으로 판단됨."<2004.6 조사재개 제7호 장준하 사건 최종 보고(조사1과)중>

그간 장 선생이 실족사했다며, 유일하게 목격자라고 자처하지만 실제는 동행인일 뿐인 김용환 씨가 중앙정보부에서 고용한 사설정보원(P/A)이 정말 맞는지만 확인된다고 해도 장 선생 의문사에 대한 공권력 개입 관련 여부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의문사 조사위에서 확인한, 서울시경이 작성하고 중정에서 보관하고 있는 특수인물존안카드에 김용환 씨가 들어있다는 것일 뿐이다.

이외에도 지난 8일 고상만 전 조사관에 따르면 의문사를 해결할 결정적 단서로 가늠되는 괴전화의 실체 관련 재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3일간 사라진 김용환씨(사건 당일 사라졌던 김 씨는 18일 새벽 사건 현장에 나타났다가 그날 의정부지청 서돈양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은 후 사라졌다가 8월 20일 장 선생 장례식장에 나타난다.) 행적 등에 대해서도 재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계속>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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