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율 정책,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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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율 정책,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주간필담]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1.2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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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 벗어나 개인 주체되는 관점 중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0.81명, 22년 3분기 0.79명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0.84명, 22년 3분기 0.79명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0.84명. 2020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입니다. 2022년 3분기 출산율은 0.79명이었습니다. 이미 2020년 OECD 합계출산율 평균인 1.59명을 훨씬 밑도는 수치입니다. 하락세만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낮아지는 출생율에 ‘국민연금 고갈’, ‘국가 지속가능성’ 등의 잿빛 단어들만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간 국가는 출생율 제고를 이야기하며 국가적·거시적·경제적 이유를 강조해왔습니다. 이제는 관점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독일 카셀대학교 김덕영 교수는 저서 <환원근대>에서 한국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경제성장으로 환원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근대 세계의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지표인 분화와 개인화가 억압되고 저지됐다고 말했는데요.

한국의 출생율 정책에서도 ‘개인’은 부재했습니다. 지금 개인의 삶은 어떠한지, 아이를 낳으면 개인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고 가족 관계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생겨날지 등 개인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출생’을 중심에 두고 원인과 결과에 모두 ‘경제’를 대입해왔습니다. 최근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자녀를 낳을 경우, 주택 대출 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적 지원이 출생률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인데요. 물론 경제적 요건이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기는 합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집값이 1% 상승하면 그 영향이 최장 7년 후까지 이어져 합계출산율이 0.014명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요인이 출생률 제고의 유일한 원인이자 만능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가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대상으로 이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분석한 결과를 지난 3일 발표했는데요.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진 않았습니다. 주택 소유 확률을 높여줬고 미혼 당첨자의 결혼 비율을 높였지만, 출생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요건은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지 출생율 자체를 좌우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경제적 요인 외에 여성 노동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 노동 참여 등 사회·환경적 요인들도 출생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전미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함에도 출생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2020년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1.64명, 스웨덴 1.66명 등이다. 그 이유로는 남성의 높은 가사노동 참여율, 양육 분담률이 꼽혔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 낳는 것을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도, 아이를 낳지 않게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도 다양합니다. 가족을 이루고 싶어서, 아이를 좋아해서 혹은 완벽한 부모를 꿈꾸다보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회 경쟁이 치열해서 등 5000명의 개인이 있다면 5000개 이상의 출생·비출생을 결심한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경제적·거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개인이 주체가 되는 사회·환경·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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