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 ‘가닥’…정말 ‘민생 부담’ 덜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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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 ‘가닥’…정말 ‘민생 부담’ 덜어줄까?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17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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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혜택, 서민 대신 ‘고소득층’이 더 누려
기름값 비쌀수록 소비량 늘어… 탄소 배출도 증가
세목 비율 재산정 필요…“일시적 인하는 답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1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 ⓒ 뉴시스
1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 알림판에 휘발유값 1828원, 경유값 1768원이라고 쓰여 있다 ⓒ 뉴시스

한시적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제도의 일몰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제도 일몰 시한의 연장을 예고하면서, ‘민생부담’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들고 민생부담 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다. 유류비 지출이 큰 고소득층에 유류세 인하 혜택이 집중되는 데다, 탄소배출 감소 등 에너지 빈곤층 복지 요건과 반대된다는 것이다.

 

고소득에 혜택, 탄소배출도 늘려…형평도 효율도 ‘갸우뚱’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일몰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제도는 연장 운영될 전망이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제도 관련 질문에 “최근 OPEC 플러스에서 감산결정을 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라며 “민생부담 측면에서 전향적으로 진지하게 국회 목소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적용 중인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25%, 경유 37% 수준이다. 실 금액으로 따지면 휘발유, 경유 모두 리터당 200원 안팎이다.

다만, 리터당 200원의 기름값 인하가 ‘민생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지를 두고는 이견이 나온다. 휘발유 가격 하락에 따른 혜택이 유류를 더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에 가장 많이 돌아가는 까닭이다.

통계청 2022년 4분기 연간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의 경우 교통분야 소비가 전체 소비의 15.0%였으나 1분위의 경우 6.7%에 그쳤다.

금액으로 따지면 차이는 더 크다. 소득 기준 5분위와 1분위 가구의 교통분야 소비는 각각 68만4000원, 8만7000원으로 약 60만 원 차이가 난다.

여기에 교통분야 지출이 운송기구연료비(33.7%) 외에 자동차 구입비(32.7%), 항공요금 등 기타운송비(8.9%) 등 고소득층의 수요가 더 큰 소비 분야를 포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득분위별 기름값 지출액은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4분기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구성비 ⓒ 통계청
2022년 4분기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구성비 ⓒ 통계청

유류세 일시 인하가 탄소배출을 늘리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유류세가 저렴해지면 석유 소비는 더 늘어난다는 통계가 존재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한 지난해 5월 휘발유 소비량은 약 892만 배럴로, 전월(564만 배럴) 대비 58%, 전년 동기(712만배럴) 대비 25% 가량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름값이 비쌀 때 더 쓰게 만드는 것은 산업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에 세금을 조정하는 이유가 소비조절이다. 그런데 유가가 오를 때 세금을 낮춰버리고 떨어질 때 세금을 높이겠다는 건, 사실상 국제 유가가 비쌀 때 더 많이 쓰게 만들고, 더 많이 사오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유류세 과반 교통 인프라 건설에…“환경 부문 세입 늘려야”


유류세 인하에 앞서, 유류세가 적절한 규모로 결정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충분한 투자가 이뤄진 교통 인프라 건설 부문에 투입되는 세입은 줄이고, 환경 부분에 필요한 세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류세에서 가장 비중이 큰 세목은 교통에너지환경세다. 해당 세금은 △교통시설특별회계 △환경개선특별회계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등으로 정부가 정한 비율 기준에 따라 배분된다.

전문가들은 해당 비율 기준이 정책과 어긋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세목 당 비율을 살펴보면, 교통인프라에 투자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줄곧 과반을 차지한 반면, 환경개선특별회계에는 20% 안팎의 세입이 배분되는 데 그쳤다. 에너지 분야 특별회계는 더 적다. 환경, 에너지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정부 선언과 어긋나는 셈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이미 세입이 세출을 넘어서고 있기도 하다. 환경특별회계 등으로의 전환에 여유가 있는 만큼, 세목 당 비율 재산정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 연장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교통시설특별회계에 전입되는 재원 중 약 25%가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된 반면, 환경개선특별회계에서는 추가 전입금이 필요한 상황이 최근 반복된다”며 필요성에 따라 배분구조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통세는 대부분 교통인프라를 건설하는 목적으로 부과했는데, 건설이 대부분 끝났다. 차라리 탄소전환 목적 회계에 더 비중을 두는 등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방주행세(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 △부가가치세 등 유류세의 다른 세목 비중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세목 비중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 및 사회적 피해와 교통량 증가에 따른 혼잡비용을 두고, 매년 부처별로 모여서 적정 세제를 계산한다. 계산은 사회가 변하면 바뀌어야 하지만, 실제 개편으론 이어지지 못 하고 있다”며 “수치 분석에 따라 영구적인 인하는 고려해볼 만하겠지만, 일시적 인하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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