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의 변신…“괴담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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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의 변신…“괴담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7.19 13: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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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백지화 선언’…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 내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뒤 여야 간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지난 열흘간 정치권 화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개발 의혹이었으나 전 양평군수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의 인근 땅 소유 논란, 대안 노선 결정까지 과정에 대한 국토부의 불명확한 설명 등 논란이 겹치며 정쟁으로 이어졌다. 

원 장관은 7월 12일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올린 영상에서 백지화 선언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묻지마식 ‘기승전 김건희 특혜’로 몰고 가면서 이를 총선까지 끌고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보는데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 두번 당한 게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거짓 선동에 굴복하고,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이미 상황이 끝나버린 이러한 사례를 다시는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광우병, 사드, 김대업 사태 등이 문제됐을 때 민주당 측 진영의 정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전력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진실이 밝혀지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러한 과거를 봤을 때, 원희룡 장관의 행동은 민주당이 선거까지 선동으로 끌고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재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장관의 입에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는 선언이 나온 것은 그간 본 적 없던 해결방법이다. 특히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소장파 일원으로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그였기에 그 변화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원 장관의 행보에 ‘이럴 스타일이 아니다’ ‘원래 겸손하고 온화한 분인데, 전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합리적 중도 개혁 보수 성향이 강했는데, 강경대응으로 기조를 변화하고 있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7일 통화에서 “원희룡 장관 행보는 첫째는 총선, 그 다음은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지자를 위한 총공세를 통해 이들을 끌어안은 뒤 총선 전에 중도층 공략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2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원 장관에게) 대외적으로 쇄신파 이미지가 있는데, 당내 경선을 통과할만한 지지세가 부족하니 이번에 세게 가서 당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원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하고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날파리 선동,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공격한 다음 날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 ‘원희룡 장관님 힘내세요’ 등 문구가 적힌 화환이 늘어서기도 했다. 

박 평론가는 원 장관 행보에 대해 “국민 전체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다보니 부동층이 얇아보일 수도 있지만 두텁다. 이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1등이 어렵다”는 지적도 더했다. 

‘중도 확장론’은 정치권의 오래된 선거 공식이다. 하지만 국민은 동시에 강성 지지층이 정치인에 영향을 끼치고, 당의 잘못에 대해 쓴소리하는 소신파가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 비난 받고 ‘공천 받을 수 있겠냐’는 소리를 듣는 등 쇄신파의 입지가 전보다 줄어든 모습도 함께 본다. 

김해영·금태섭 전 의원 같은 정치인이 당내 경선의 장애물을 넘지 못했고, 이상민 의원은 유쾌한 결별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당의 경고를 받았다. 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100일 지지자로부터 축하 화환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는 민주당 의원의 공세를 받아치는 ‘사이다’ 발언으로 보수층의 환호를 끌어낸 바 있다. 대선 전 ‘홍카콜라’로 2030 세대의 지지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도 있다.

<시사오늘>은 6월 28일 자 ‘정청래를 보면 대한민국 정치 미래가 보인다’에서 공화당 지지층을 위한 공약과 정책, 말과 행동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피즘’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미국의 정치 문화를 바꿔놓았듯, 중도 확장보다 지지층 결집에 힘쓰는 이른바 ‘정청래 모델’이 국내 정치권에 상륙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괴담에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세운 평론가는 "그동안 괴담이나 의혹에 대처하는 자세가 해명이었다. 그러다보니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고, 대부분 선거전에 활용됐고 결과를 바꿔놓기도 했다. 하지만 후에 진실이 밝혀지면 그걸로 입을 다물었다. 원 장관이 취한 스탠스는 괴담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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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2023-07-19 16:04:04
이번 원희룡의 대처를 보면서 지지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화이팅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