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재와 소통단절 [황선용의 In &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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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재와 소통단절 [황선용의 In & Out]
  • 황선용 APEC 기후센터 경영지원실장
  • 승인 2023.07.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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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황선용 APEC 기후센터 경영지원실장)

ⓒ 픽사베이
전자결재가 일반화 된 이후의 부작용 내지는 우려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픽사베이

정부부처, 공공기관 및 대부분의 기업들이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는 전자결재 제도는 업무의 신속성과 체계성, 그리고 의사결정의 정확성 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전자결재를 통해 제안자와 검토자, 협조자 그리고 최종 단계의 결재자 등이 기록으로 남아 불필요한 오해나 부적절한 업무조치 등에 있어서도 감시 및 관리성이 뛰어나다. 그리고 결재문서 상의 오류를 사전에 바로 잡아 재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으며 클릭 한 번에 기 결재된 문서의 회수와 수정 또한 즉각적으로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한 시스템이 됐다. 나 또한 현재 전자결재를 통해서 결재를 하며, 결재를 요청하기도 한다. 

내가 지금까지 전자결재로 완료한 결재건수를 살펴보니 14,292건(20.7~23.7.27기준)이다. 대면보고 없이 이뤄지는 전자결재를 통해서 아쉬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안에 대한 대략적인 구두보고를 듣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전자결재가 일반화 된 상황에서는 담당직원이 어떤 의도로 결재문서를 제안 했는지, 그 과정에 따른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프로세스로 일이 진행될지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보고를 받거나 회의를 할 시간이 축소되거나 없어져서 소통의 축소까지 발생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14,000여건의 결재 건수 중 담당 실무자들의 대면 보고를 사전에 받고 결재를 한 건수는 5%도 안될 정도로 미미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 중 79.1%가 직장 내에서의 소통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인크루트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3.1%가 소통단절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단 소통의 단절, 축소, 어려움 등의 원인을 전자결재 하나로 국한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대면활동이 이런 저런 이유들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2020년 초부터 창궐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제일 컸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까지도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직장인들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코로나19는 직장인들의 소통단절의 최대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재택근무가 전체 직원의 40%까지 육박했을 당시에는 회사 내에서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소통은 타닥거리는 키보드 자판소리 속에서 이뤄지는 전자결재가 유일했다.

전자결재가 일반화 된 이후의 부작용 내지는 우려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통단절이다. 그 다음으로는 보안문제 취약성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전자결재는 구조적으로 PC 내의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해킹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전자결재 시스템의 유지 보수에 적잖은 비용도 들어간다. 그리고 시스템 오류로 인한 결재문건의 누락내지는 오결재의 문제도 종종 발생되고 있다.

페이퍼리스 오피스로서 서류 없는 전자결재의 장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서에 담긴 내용 보다는 그 문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담당직원의 기승전결식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자칫 연말 직원들에 대한 직무평가와 근무성적평정 시 오판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자주는 아니지만 특별한 날들을 잡아서 소속 부서원들과 오찬 또는 퇴근 후의 소주 한잔 등으로 소통을 이어 가려는 노력들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은 환경들에 의해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처럼 매주 직원들과의 1:1 미팅을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이어간다는 것도 쉽지 않고, 버진 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처럼 직원들의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팀빌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직원들 개개인의 소통확대를 위한 개인적인 의지인데, 닫혀 있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오픈된 소통의 장으로 끌어내기 또한 쉽지 않다.

소통은 직원 개개인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업무 특성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구축되는 문화의 형태로 봐야하는데, 그래서 조직문화의 초기 구성이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회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소통 문화를 수면 위로 올려 순항시키기 위해 최고경영자인 본인의 생각과 계획을 수시로 직원들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솔직히 직장 내에서의 소통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상위 직급자들의 포커페이스에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첨단의 기기 속에서 기계와의 소통이 인간과의 소통보다도 편해진 이 시대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람들과의 소통에 보다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그런 갱생활동이 나부터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폰포비아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 또한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전반적인 문화에 기인한다고 본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법까지 학습시키는 교양강좌까지 생겼을 정도라니 얼마나 소통단절이 극심한 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나부터 무엇을 하겠다는 식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운운하는 것은 피상적이고 위선적일 수 있다. 각자 본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깨우쳐서 닫혀 있는 불통의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단, 그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직장, 학교, 군대 등등 조직에서는 그에 합당한 인프라 구축, 환경 조성 등의 행정적, 제도적인 룰을 튼튼하게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과기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방대학원 안보정책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북오도청 (이북오도위원회) 동화연구소 연구원과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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