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카 시장, 쉽지 않네’…쏘렌토에 무릎 꿇은 EV9, 싼타페까지 ‘산 넘어 산’ [장대한의 데: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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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카 시장, 쉽지 않네’…쏘렌토에 무릎 꿇은 EV9, 싼타페까지 ‘산 넘어 산’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9.07 15: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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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 출시 석 달 만에 판매량 400대 그쳐…사전 계약고 1만 대 ‘옛말’
신차효과 누리지도 못했는데…쏘렌토 하이브리드 존재감만 더 커져
패밀리카 시장 찬밥 된 전기차?…싼타페 나오면 EV9 위축 심화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기아 EV9이 예상 밖 판매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시 석 달만에 월 판매량이 408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위기감을 높인다. 중형급 이상 RV 모델 사이에선 쏘렌토 및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반등이 두드러진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플래그십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알린 기아 EV9이 예상 밖 판매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차가 안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문제 원인으로 비싼 판매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다만 이면에는 부상하는 하이브리드 선호 트렌드와 함께 기아 대표 패밀리카 쏘렌토의 판매 간섭이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7일 기아 판매실적 데이터에 따르면, EV9의 지난 8월 내수 판매량은 408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6월 19일 출시 이래 해당 월 1334대, 7월 1251대를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 석 달 새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에 그친 셈이다.

판매 및 출고 속도도 현격히 줄고 있다. 영업일로 치면, 출시 첫 달엔 10영업일 간 1334대를 출고했다. 다만 7월 들어선 20영업일 간 1251대밖에 출고하지 못했다. 지난 8월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러, 하계휴가 기간을 제외한 18영업일 간 408대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EV9은 영업일이 늘어도, 판매량이 오히려 줄어든 위기 상황을 맞았다. 사전 계약 당시 단 8영업일 만에 1만 대 계약고를 올렸던 기세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신차효과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EV9의 높은 판매가격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한다. 전기차 반값 경쟁 얘기가 쏟아지는 시장 분위기와 달리, 최소 7000만 원에서 비싸게는 1억 원에 육박하는 EV9을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물론 판매 부진의 원인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및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재부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 들어 자동차 내수 시장에선 전기차 성장률 둔화와 함께 하이브리드차의 인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내수 전기차 시장 규모는 9만1884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11.3% 올랐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기록한 연간 증가율 66.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올해 1~7월 20만4644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5.5%의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 호조에 따라 직전 2022년 기록한 연 증가율 24.5%를 크게 넘어선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인기 현상은 기아 브랜드 내 주력 모델들 간의 판매 간섭 현상까지 부추기고 있다. 당장 인기를 끌어야 할 '전기 플래그십' EV9 대신 '하이브리드 패밀리카' 쏘렌토 하이브리드에 고객 수요가 더욱 몰리는 상황은 이를 방증한다.

EV9이 지난 6월 출시되기 전만 하더라도, 쏘렌토는 EV9에 수요를 뺏길까 걱정하는 처지였다. 다만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선전을 거듭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EV9 출시 달인 6월부터 7월 사이 4556대였던 판매량이 4041대로 소폭 줄었다가, 8월 곧장 4683대를 판매하며 V자 반등을 이뤘다. 올해 월별 판매량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지난 12일 시승한 기아 EV9의 전면부 모습. 매끈한 면처리와 미래지향적 LED 라이팅이 눈길을 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br>
지난 6월 시승한 기아 EV9 차량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기아 내 친환경 성격을 지닌 패밀리카 중 EV9의 훌륭한 대체재로까지 부각되는 상황이다. 브랜드 대표 볼륨 모델로 인기가 워낙 높은 데다, 가격도 EV9의 반값 내지 3분의 2 수준이라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초반 구매 가격이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보다 높다. 그 가격만큼을 상쇄해 본전을 찾으려면 매일 운전해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야 한다. 사실상 운행 거리가 많은 택시나 소상용 차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밀리 전기차는 혼자 타고 다니는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도 애매하다. 작은 전기차 대비 전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의 여가 및 레저를 위한 세컨드카로 운용하기엔 가격도 만만치 않아 수요 확대가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쏘렌토 하이브리드와의 경쟁도 걱정이지만, 하반기엔 싼타페 하이브리드까지 시장에 추가로 가세한다. 이럴 경우 EV9 잠재 고객들이 싼타페로 옮겨가는 등 판매 위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 패밀리카 시장에서 전기차가 가솔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파워를 따라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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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2023-09-08 12:19:11
기아차 부산 가야 영업소에 차보러갔는데 ev9보고 딜러하는말에 차팔생각이 앖구나 했는데 남포동지점 가니 똑같은 태도 전기차 나 하브는 아예 팔생각이 앖는듯
아주 불친절에 성의없는 태도 잘 느꼈음 현대 싼타페 하브 고민없이 계약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