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폭탄, 책임 누구?…50년 주담대 두고 ‘네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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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폭탄, 책임 누구?…50년 주담대 두고 ‘네탓’ 공방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0.1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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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 주범…책임소재 뜨거운 감자
정무위원 “정부책임 커”…政 “민간은행 탓”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그 원인중 하나로 민간은행에서 출시된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발(發) 가계부채 책임증가 소재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는 정부와 금유당국의 정책 실패를 거론한 반면 금융위원회는 그 책임을 민간은행으로 돌렸다.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경제위기 우려였다.

은행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 원인은 글로벌 금융환경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적 요인도 있지만, 50년 만기 주담대 급증에 따른 영향도 존재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들어 은행 가계부채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은행 가계대출(잔액 기준) 부문 증감 규모를 월별로 보면 올해 4월 2.3조 원, 5월 4.2조 원, 6월 5.8조 원으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주담대는 2.8조 원, 4.2조 원, 6.9조 원씩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인수위 시절부터 현재까지 핵심과제로 강조해온 가계부채 관리가 무색해진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김한규 정무위원은 사실상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50년 주담대 상품은 금융당국에서 특례보금자리론 형태로 처음 선보였다.

이후 시중은행 등 민간은행에서 50년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정무위원은 “가계부채 관리를 하겠다던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규제 완화 등을 내놓으면서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정작 대출 장려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면, 과연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정말 최우선에 두고 있는 게 맞는지,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양정숙 위원 역시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로 인해 주담대가 크게 늘어났고,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50년 주담대는 정부 주도로 추진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은행 규제를 하면 금융위가 갈지자(之)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과 민간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다르다면서 가계부채 증가 원인은 수익성만을 추구한 민간은행 상품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상품은 민간은행 상품과 달리 조건이 존재했다. 34세 이하 나이 제한, 무주택자 대상, 고정금리 등이 민간은행 상품과 다른 부분”이라며 “반면, 민간은행은 이러한 조건 없이 잘못된 상품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민간은행은 별도의 조건없이 만기를 50년으로 늘린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위원장은 “민간은행의 상품은 순전히 가계대출을 늘려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가계부채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지적에 대해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50년 주담대 상품과 관련해 일부 정무위원들과 김주현 금융위원장간 공방이 오가자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개입하기도 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정부 상품과 민간은행 상품은 다르다고 하는데, 금융권에서 상품을 내놓을 때 금융당국 눈치를 보는 건 사실 아니냐”서 “금융위의 묵시적 또는 암묵적 승인 여부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공식적은 물론 묵시적으로도 민간은행에서 관련 상품 출시 전 의견을 묻거나 협의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간은행 상품은 정부 취지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상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증가의 또다른 원인으로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확대가 거론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9월 중순 ‘자본시장포커스-통화긴축기 가계부채 안정성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소득에 비해 부채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소득 중하위 가구를 중심으로 가계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인플레이션의 불안요인, 대외요인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압력 등으로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상존함에 따라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연착륙과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라는 정책목표 간에 일정 부분 상충관계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정교한 정책운용을 통해 정책목표 간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국가경제 규모나 차주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연구원은 5월 금융브리프를 통해 “금리 상승 등 최근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 “향후 가계대출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 국내은행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하 NPL비율)은 2022년 4분기 0.18%에서 2023년말 0.33%까지 급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한편, 가계부채 증가 우려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양정숙 의원은 지난 9월 30일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긴축을 주장하면서도 DSR, LTV, DTI 등 규제를 풀어 부동산 부양책에 집중하면서 통화량이 늘고 부동산 사재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무위원들의 지적처럼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어긋나는 부동산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선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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