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한숨 돌린 조선업계…다음 과제는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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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 한숨 돌린 조선업계…다음 과제는 ‘유지’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11.0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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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자 개편으로 필요 인력 확보해
생산인력 처우 부족해 근속유인은 아직
“재하청 구조 개선 필요해” 목소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뉴시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도크 전경. ⓒ뉴시스

10여 년만의 수주 호황에도 인력난으로 진땀을 뺐던 조선업계가 정부의 외국인 인력 확보 정책 등으로 한시름을 놓은 모습이다.

다만, 유입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구조 개선 등 더 근본적인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조선산업에 투입된 인력은 총 1만4359명으로, 올해 말 기준 예상 부족 인력인 1만4000명 이상이 확보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 인력은 △국내 인력 2020명 △E-7 비자를 획득한 외국인 숙련인력 6966명 △E-9 비자를 획득한 외국인 비숙련 인력 5373명 등이다.

앞서 정부는 △용접, 도장 등 전문 기능을 가진 외국인 숙련인력(E-7)에 대한 쿼터제를 폐지하고 △외국인 비숙련 인력(E-9)에 대한 조선업 전용 쿼터를 2025년 일몰로 신설하는 등 외국인 인력 확보를 중심으로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에 나서 왔다.

국내에서 기술을 획득한 외국 인력의 장기체류를 유인하기 위해 비숙련 외국 인력의 숙련기능 전환 비자(E-7-4) 획득 요건도 기존 최소 근무기간 5년에서 4년으로 완화했다.

E-9 비자는 최대 체류기간 제한이 있지만, E-7-4를 포함한 E-7비자에는 없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6년을 전후해 진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대거 업계를 떠나면서 최근 수주 호황 시기를 맞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선업계 관계자 A씨는 “인력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고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수주) 물량도 계속 많은 상황이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초반보다는 인력난 문제가 다소 해소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우려가 남아있다. 단기적으로 인력을 구하긴 했지만, 해당 인력을 업계 안에 머무르게 하는 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 생산 인력의 임금은 여전히 최저시급 수준에 그친다. 숙련도 대비 낮은 처우로 국내 숙련 인력이 조선업을 이탈하고 있는데, 외국 인력 역시 다를 게 있겠냐는 것.

언어 장벽 등으로 국내 인력 대비 숙련도 확보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 인력을 확보하는 게 당장은 쉬운 방법 같지만, 실제로 국내 정주해서 경력을 쌓아 국내에 계속 남아있는 인력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력 확보 및 숙련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해서는 처우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고용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선업계 생산공정 대부분은 원청 직고용 인력 보다는 1차 하청인 사내하청과 2차 하청인 ‘물량팀’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물량팀 운영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재 발생 등 우려가 높아지는 데다 숙련공 유출에도 취약해서다.

물량팀은 프로젝트 단위로 생겼다가 해체되는 방식으로 운영돼 고용 안정성은 낮지만, 단기 인력이기 때문에 사내하청 직고용 숙련공(본공)보다 임금이 높다.

원청이 사내하청에 일감을 주고 사내하청이 물량팀을 운영하는 이 같은 구조 아래서는 본공이 물량팀으로 유출되고, 물량팀은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다른 업종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원청도 사내하청 업체도 직고용 시) 간접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물량팀을 쓰고는 있지만, 원청이든 하청이든 리스크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미 이중 고용구조 해소를 위해 민관의 노력이 있었지만, 해소되지 않은 문제인 만큼 별도의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금속노조 등은 국회토론회를 열고 ‘조선산업기본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물량팀을 금지하고, 결정된 도급계약 대금을 원청이 감액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흥준 교수는 “조선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를 10년간 하고 있지만, 해결이 안 됐다. 기업이 장기적인 산업발전을 도모하면서 경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며 “(조선산업기본법은) 산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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