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션도 안먹힌다”…레니게이드 없으면 힘 못쓰는 지프 [장대한의 데: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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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도 안먹힌다”…레니게이드 없으면 힘 못쓰는 지프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11.2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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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프로모션 지속 운영에도 9~10월 판매량 200대 선
연간 1000대 판매 모델, 올해는 ‘레니게이드’ 유일 전망
판매 부진 속 레니게이드 비중만 높아져…4대 중 1대
할인 브랜드 꼬리표 난감…오프로더 차별성도 옅어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프는 할인 프로모션을 지속 펼치고 있지만, 최근 2개월 연속 월 판매량이 200대 선에 머무르고 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스텔란티스코리아 지프 브랜드(이하 지프)가 올해 판매 부진 극복을 위해 프로모션을 펼치곤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기존 주력 모델들의 부진이 심화하면서, 소형SUV 레니게이드 빼면 연간 1000대 넘게 팔린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프로모션 비용 증가에 수익성 낮은 레니게이드 의존도만 높아진 상황이어서 위기감이 높아진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프는 지난 6월 프로모션 운영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가, 지난 9월부터 다시 월 판매량이 200대 수준으로 반토막 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월별로 보면, 6월 475대를 시작으로 8월 552대 수준까지 늘어났던 판매량은 9월 들어 296대로 급격히 줄었고, 10월 233대로 더욱 떨어졌다. 지프는 10월 누적 기준으론 전년 동기간 대비 39.4% 감소한 3632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지프 입장에선 매달 프로모션을 지속 운영하며 차량 할인 및 고객 혜택을 늘려왔던 만큼,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는 눈치다. 당장 선보일 수 있는 신차도 전무한 상황이라 프로모션에 기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지프는 지난 2월 지프 체로키 단종을 앞두고 최대 2100만 원 할인을 내건 반짝 프로모션을 진행한 이래 6월부터는 모델별 최대 20% 가까운 할인을 지속 내세워 왔다. 7월 지프 카페 데이, 9월 한가위 맞이 할인, 10월 지프 어텀 어드벤츠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에도 세일페스타를 통해 대대적인 할인을 이어가고 있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프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판매 회복에 집중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객 수요가 줄고 있단 점이다. 경영 악순환을 부추긴다는 평가다. 상시 할인이 진행되다보니 소비자들 역시 '할인 없이는 사기 꺼려지는 브랜드', '구매 혜택을 혜택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보니 지프 브랜드의 이미지와 수입차 시장 내 입지마저 열악해지고 있다. 지프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2.5%에서 올 10월까진 1.6%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1%선마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까지 놓였다. 

레니게이드는 올해 10월까지 930대가 팔리며 지프 전체 판매량의 25.6%를 차지하고 있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 페이지 갈무리

또 다른 문제는 오프로더 특화 브랜드 이미지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프의 대표 모델들 판매량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도심형 입문용 SUV 성격이 강한 레니게이드에 대한 판매 의존도만큼은 늘고 있어서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어려워진 셈으로, 오프로더의 장점을 소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레니게이드는 올해 10월까지 930대가 팔리며 지프 전체 판매량의 25.6%를 차지하고 있다. 지프 내 비중은 지난해 21.7% 대비 4%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2.4 모델 단종 후 다운사이징된 1.3 단일 모델만이 판매되고 있음에도, 지프 내 영향력은 더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볼 때는 레니게이드보다 그랜드 체로키L같은 기함 모델들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 게 유리하다.

지프는 모델별 판매량에서도 레니게이드를 제외하면 연간 1000대 달성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1000대 이상 팔렸던 모델은 3개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레니게이드 단 1개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엔 그랜드 체로키L과 컴패스, 레니게이드가 연간 1000대 이상 팔린 바 있다.

업계는 지프의 부진 원인을 결국 가격 정책 실패에서 찾는 분위기다. 차량 출고가격을 높여 고객들의 반발을 샀다가 이를 할인으로 면피하려는 운영 방식이 고객과의 불통 및 신뢰 저하로 이어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당장은 연말 프로모션을 지속해 판매량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내년엔 소형 전기차 어벤저 출시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모션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고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제품 및 가격 확보와 한국시장 투자 등 전방위적인 운영 방안 재고가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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