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태영건설, 오너일가 구하기냐…남의 뼈 깎는 노력”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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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태영건설, 오너일가 구하기냐…남의 뼈 깎는 노력” 한숨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1.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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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신년인사회서 작심 비판 쏟아져
“오너 측 연락온다면 만날 의사도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3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대주주 오너일가를 향한 정부측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발언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사실상 태영 오너일가의 추가 사재출연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란 반응이다.

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의 유감 표명에 이어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 자구책에 대해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작심 비판했다. 채권단 입장임을 전제했지만 발언의 강도를 감안했을때 사실상 금융당국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을 보면 ‘견리망의(見利忘義, 이익을 보고 올바름을 잊음)’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며 “태영건설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맡아서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다운턴(하락세)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전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00억원 규모)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채권단 입장임을 전제로 자구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4가지 자구책 모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먼저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해서는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루원 매각에 대해서도 “대주주 일가가 필요한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실제로는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코비트 매각 계획도 “상당히 건실한 기업이지만,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타 대주주가 있고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며 “자산 자체의 건전성과 별개로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는 채권단의 의구심이 나온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이 원장은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그는 앞서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자로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상황과 관련해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신뢰 축적이 어렵다”면서 “외담대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담대가 망가지면 앞으로 채권 형태의 자금 유통이 불가능해진다. 워크아웃의 대전제인 신뢰를 첫 시작 단추부터 무너뜨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책 마련 시기에 대해서도 1차 채권단 협의회날인 11일까지가 아니라 금주중으로 앞당겨야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11일 당일에 이런 방안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설득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더 빠르게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건설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장안정 조치 확대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과할 정도로 충분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태영 오너 측에서 아직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은 없지만, 연락이 온다면 못 만날 것도 없다”며 “제 개인적으로 의견 조정에 더 참여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해달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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