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임 개입 논란에 범농협 ‘균열’…NH투자증권 독립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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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선임 개입 논란에 범농협 ‘균열’…NH투자증권 독립성 ‘흔들’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3.12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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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최근 이사회서 신임 대표에 윤병운 부사장 내정
지배구조 리스크 잠재성…노조 불만·IB 실적 하락 해결 숙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내정자. ⓒ사진제공 = NH투자증권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내정자. ⓒ사진제공 =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윤병운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일었던 잡음은 우선 일단락됐다. 다만, NH투자증권 출범 이후 어느 정도 보장됐던 경영 독립성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정기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 부사장이 차기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앞서 NH투자증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지난 5일 열린 후추위에서 더욱 깊어졌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원하는 인물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농협금융지주는 윤 부사장을 밀었다.

양측이 지지하는 인물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갈등의 불씨가 일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는 금융당국의 무언의 압박(?)에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를 예고한 가운데, 그 4일 후인 지난 11일 NH투자증권 대표 선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금감원이 농협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기로 하자 농협중앙회가 인사 개입 논란 가능성 등에 따른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배경이 어찌 됐든 결국 농협금융지주 측 인물이자 NH투자증권 원클럽맨인 윤 부사장이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지난 1993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NH투자증권에서 기업금융팀장과 커버리지본부장 등을 두루 거쳐 현재는 IB1·IB2 사업부 대표직을 맡고 있다.

지금껏 IB 사업 부문을 이끌어 온 핵심 인물이 IB 강자로 손꼽히는 NH투자증권의 대표직을 맡게 됐으니 기대감이 맴돌아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더욱이 윤 부사장은 정 대표 측근 인사로 평가되는 만큼 대표 선임에 따른 이질감도 없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의 현 상황을 마냥 밝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내부 갈등이 발발했던 만큼 지배구조 리스크의 잠재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그 이유다.

바로 NH투자증권의 경영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 앞서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측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합병 이후 NH투자증권에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 내정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개입 시도가 드러난 만큼, 향후 중앙회 또는 금융지주 측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범농협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농협중앙회는 그룹 내 꼭대기에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NH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 지분 56.82%를 쥐고 있다. 농협중앙회에게 있어 NH투자증권은 손자회사다. 증권 외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 등은 NH농협금융지주 지분율이 모두 100%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가 바뀐다는 이유로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란 시각은 과도하다”며 “독립성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지주사 모기업, 나아가 그룹 또는 계열사 간 소통이나 관계 유지 등은 모든 기업들에게 있어 기본적으로 깔린 베이스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윤 부사장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표 후보자를 두고 자격 미달이라고 지적했던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최근 NH투자증권 노조는 윤 후보에 대해 “IB 출신만 우대하고 충성 경쟁을 벌이게 만들었다”면서 “윤 부사장을 대표 자리에 앉힌다면 NH투자증권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NH투자증권이 지난해 3분기 주력사업인 IB 부문에서 실적 하락을 겪었던 만큼 빠르게 직원들의 불신을 종식시키고 사업성 끌어올리기에 힘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이사회를 통해 13년 만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500억 원 규모)을 결정했다. 총액 약 2808억 원 규모의 배당금도 지급키로 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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