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2014년, 새 정치를 위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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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2014년, 새 정치를 위한 단상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3.14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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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신당을 통한 통합을 선언함으로써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던 새 정치가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대 세력의 통합으로 안철수의 새 정치가 실종된 것이 아니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처음부터 기대만 있었을 뿐 새정치에 대한 어떠한 밑그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새 정치 구호로 새 정치를 표방하는 것 자체가 구태정치로 비난받는 상황이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을 위한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 보았다.

1. 견제의 정치 vs 경쟁의 정치.

건국 이래 대통령제에 익숙한 탓인지 check and balance는 상식처럼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야권은 여권의 정책에서 사소한 부정적 요소가 발견되면 그것을 의회 투쟁의 단초로 삼았다.  야당의 역할을 여당에 대한 견제로 인식해온 때문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앞장서거나 자신들이 여당시절 추진해 왔던 FTA에 제동을 걸었던 것들도 이러한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 정부의 시기엔 견제의 정치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기를 거쳐 선진화 단계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견제가 한국정치의 주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정치도 경쟁의 시대로 진입하였다.  

경쟁의 시대, 정책 결정에 대한 여야의 태도는 정책 결과에 대한 종합적 평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 검투사(Gladiator)의 정치 vs 선수(Player)의 정치.

검투사에게 승리란 상대의 죽음을 의미한다.   고대 검투사들은 상대를 죽이지 않고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 스포츠 선수에게 승리란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보다 좋은 기록, 많은 점수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일부 격투기에서는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해야 승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상대에게 상해를 가하면 반칙패하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 야권의 일부 정치인들이 지금 필요한 것은 야성이라고 말하는데, 그들은 아직도 정치를 검투사의 정치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의 수준은 이미 검투사의 정치를 넘어서고 있다.검투사의 야성보다는 단정한 선수의 뛰어난 기량에 환호를 보낸다.

3. 음지의 정치 vs 양지의 정치.

팟캐스트 등 일부 SNS상에서 벌어지는 정치행위는 제도권의 언론에서 허용되지 않는 내용과 형식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를 음지의 정치 행위 중 하나라고 보는데, 지난 몇 년 간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음지에 핀 꽃이 양지로 나오면 죽는 것처럼, 음지의 정치행태가 제도권 정치에서 보이면 국민들은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민주화 시기 제도권 내에서도 음지의 정치행태가 한때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적인 경우이고, 시대의 아픔으로 기록될 뿐이다.

아직도 음지의 정치행태와 양지의 정치행태는 일정부분 상호 영향을 주면서 공존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 시대의 국민들은 음지의 정치행태보다는 양지의 정치행태에 지지를 보낸다.

4. 분권의 정치 vs 공유의 정치.

여당이었던 정당이 야당이 되면 왜 정부 정책에 대해서 반기를 들까? 그것은 국가권력을 분권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권분립이든 삼권분립이든 국가 권력을 분권으로 여기는 정치문화에서 상대 정책의 실패는 나의 잠재적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상대 정책의 성공은 나의 잠재적 실패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단적 사고와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정치에서 대통령제는 분권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제 하에서 승자 독식의 구조가 형성되고 모든 책임은 행정부의 책임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을 공유하는 정치제도 하에서는 의회도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행정부와 의회가 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공유한다는 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5. 정치인(사람) vs 정치제도.

한국정치의 문제를 논할 때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이다.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며, 한국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을 바꿀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정치 체형을 결정하는 것으로 정부형태, 정당제도, 선거제도, 지방 분권화의 정도, 그리고 정치문화를 들 수 있다.

이중에서 선거제도는 정치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는 정치인들에게 사활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학자들은 선거법 개정이 헌법 개정만큼 어렵다고 말하지만, 공천제도 등 선거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새정치, 국민 누구나가 열망하지만 역량을 갖춘 리더십과 정치세력의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4년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 그리고 단정한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한다.

기고는 <시사오늘>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수고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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