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 6·4 지방 선거, 조기 게양과 애도의 묵념으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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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 6·4 지방 선거, 조기 게양과 애도의 묵념으로 시작하자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5.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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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6·4 지방 선거를 20 여 일 앞두고도 우리 사회는 세월 호 참사의 자괴감과 애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선거 운동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선거 운동도 극도의 자제를 보이는 것은 선거 관련 메시지가 국민들을 자극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고 후 지금까지 한 명의 생환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고 당일 실종자들이 사망했다고 추정하면 지방선거가 있는 6월 4일은 사고일로부터 49일 째 되는 날이다. 전통적 우리의 장례 문화로 보아 사십구재 기간에 해당하는 선거기간은 국민적 애도 기간에 해당되는 셈이다.

세월 호 참사 후 많은 국민들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보이고, 아직 정상적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내각에 대한 지지가 급락하는데도 제 1 야당은 물론 재야 정치권 어디에서도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수는 우리정치에서 절망을 느낀다. 국민들이 여야 지지 정당을 떠나 정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탈정치적 분위기에서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6.4 지방선거는 무슨 의미를 갖게 될까?

일부에서는 사고 후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사전 예방대책의 결여 및 부실한 안전 점검 책임을 물어 정권 심판적 의미를 부여할지 모르겠으나, 세월 호 참사가 현 정권의 집권 이후 형성된 단기적 문제라기보다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여러 정권에 걸쳐 누적된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제 3자적 입장에서 정권 심판론을 야기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회의 발언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을 상기할 때, 야당은 정권 심판론보다는 정치 주체의 한 축으로서 총체적 자성론과 사회 전반에 걸친 제도 개혁과 일상 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월 호 참사 후 우리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낼 어젠다를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고 그 세력이 6.4 지방선거에서 그나마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과 총리의 정형화 된 사과보다는 세월 호 사태 수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한 진솔한 자기 고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휘체계의 혼선과 관련하여 해난사고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고백할 수 있고, 사고처리 리더십과 관련하여 관료 형 정치의 한계와 관념적 리더십의 한계를 고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백은 제도적 보완과 제 2기 내각의 성격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집권 여당의 자기 고백에 대한 평가는 6.4 지방선거를 통해서나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서 나타날 것이다.

선거 공학적 분석에 기초한다면, 어느 때보다 현직 효과(incumbent effect)가 크게 나타날 것이며,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고, 신인들에게 불리할 것이며, 조직 기반을 갖춘 거대 정당의 후보가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이 번 6.4 지방선거에서 바람이 구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띤 경쟁과 새로운 이슈를 기대하기에는 국민적 슬픔과 상실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세월 호 참사와 국민들의 충격 속에서 진행되는 6.4 지방선거, 사고 발생 49일 째가 되는 투표 당일,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고인들의 명복을 함께 기도하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역사 앞에 깊이 반성하는 국가적 의식이 필요하다.

임시 공휴일인 그 날, 전국적으로 조기를 게양하고, 각 투표소마다 투표 시작에 앞서 애도의 묵념을 올리고, 오전 10 시 사이렌을 신호로 전국에서 추모의 시간을 갖자.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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