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원칙과 편법 사이…이상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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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원칙과 편법 사이…이상한 마케팅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8.27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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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고리대금 논란⑤>업계 관행 깬 영문간판
지점 두 번 방문하게 만드는 희한한 상품
대부업 미화용 CF 까지…법적 문제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러시앤캐시가 OK저축은행 영업 개시와 함께 이상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어 제재할 방법이 없다. 당국 규제와 마케팅 사이에 걸친 틈새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전 저축은행에 걸쳐 간판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지시했다. 금리를 잘 지키는지, 내부 비리는 없는지, 고객 응대는 잘하고 있는지 감독할 시간도 모자란 금감원이 생뚱맞게 간판가지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 OK저축은행 간판 ⓒ시사오늘

간판에 'OK'와 'BANK'만 보여

저축은행 업계는 시중은행과 구분할 수 있도록 행명 뒤에 반드시 저축은행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이는 관행으로 이뤄져오고 있어 업계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새로 발을 내딛은 OK저축은행은 간판에 'OK Saving BANK'라고 행명을 표기했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나이가 많거나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눈에 익숙한 BANK 글자만 보고 은행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판에 대한 규제가 없어 OK저축은행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할지 판단에 참고하고 다른 저축은행들도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저축은행의 사례를 사진자료로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 말대로 OK저축은행 간판을 보면 OK와 BANK 부분만 크고 두꺼운 대문자로 표기해 Saving이라는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은 보수적인 조직이라 최대한 관행이나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OK저축은행의 간판 영문 표기는 업계 상당수에서 자나치게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은 특히 대부업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규정을 더 잘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관행을 파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앤캐시의 이상한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품 안내 제대로 안돼 지점 두 번 방문
손가락으로 OK 만들어야 가입되는 상품?

OK저축은행으로 공식 영업을 시작한 지난 7월 7일, 총 500억 원 한도로 연 3.2%이자(우대금리 포함)를 주는 'OK 특판예금' 상품이 출시됐다. 당시 저축은행 예금 평균금리는 2.78%, 가장 높은 이자를 지급한 경남조흥저축은행이 OK저축은행과 똑같은 3.2%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지점에 방문해 손가락으로 OK모양을 만든 뒤 "오케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이상한 조건이 걸렸다. 최근 인터넷으로 가입할 때 우대금리를 더하는 금융상품 경향을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점을 두 번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한 가입자는 “해당 상품에 대해 문의를 할 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정작 인터넷으로 통장을 개설할 때는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고객들은 0.4% 우대금리를 위해 몇 곳 되지 않는 매장을 일부러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러시앤캐시 이미지 광고에 태풍급 역풍

러시앤캐시의 이상한 마케팅 정점은 단연 CF에 있다. 러시앤캐시는 과거 스타마케팅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러시앤캐시를 거쳐간 연예인만 해도 이영아, 한채영, 김하늘, 최민수 등 톱스타들로 스타들이 고금리 사채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때문에 <김하늘씨, 광고 중단 잘 하셨습니다>란 제목으로 논평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다.

이후 ‘무대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여론을 잠재우는 듯 했으나 최근 또다시 자신들을 미화시키는 이미지 광고를 잇달아 내보내 논란이 됐다.

▲ 러시앤캐시 TV광고 중 일부 ⓒ러시앤캐시

러시앤캐시가 처음 내보낸 이미지광고 <택시>편에서는 자신들을 편의점이나 택시로 표현했다. 바쁜 현대인들을 타깃으로 급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그러나 “버스나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땐 택시도 타고” 라는 문구는 온라인상에서 “지옥행 택시냐”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시리즈로 방영된 <신입사원>편과 <선배>편은 대부업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의도로 제작됐지만 지나치게 미화시킨다는 역풍을 맞았다. 특히 <선배>편에서는 “사채라고 놀린건 너였으면서”라는 내래이션을 넣어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까지 러시앤캐시를 미화했다.

러시앤캐시 CF에 숨겨진 마케팅 꼼수는 또 있다. 대부업법상 CF에는 ‘과도한 빚은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 등의 문구를 광고 내 최대 글자크기의 1/3 이상, 광고 시간의 1/5이상을 노출해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화면 하단에 넣은 자막이 시청자 시선을 빼앗아 상단의 경고 문구 등을 놓치기 쉽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한 전문가는 “대부업체 광고가 언제든지 돈을 쉽게 빌리고 또 쉽게 갚을 수 있을 것 같은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며 “대부업체의 광고 중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 "규정 위반 없다" 일축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법적 규정을 위반하지 않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영문명으로 간판을 달긴 했지만 저축은행법에 관련 규정이 전무하고 금감원도 현재까지 아무런 제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방영된 CF 역시 “금융위원회의 규정을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광고심의도 철저하게 받았다“며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앤캐시는 다만 예금 상품 가입에 대해서는 “여러번 시뮬레이션을 거쳤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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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 2014-08-28 00:39:01
오타가 적지 않네요. 참신한 아이디어 같은데... 왜 이렇게 지적만 하실까요. 이 정도 아이디어면 기존 저축은행 시장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