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의 사람과 법>구속의 기준은 명확히 세워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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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의 사람과 법>구속의 기준은 명확히 세워져 있는가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4.11.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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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변호사)

우리 법원에는 구속의 기준이 명확히 서 있는 걸까?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유사한 것으로 비춰지지만 사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같은 사건이 없어 개개의 사안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구속은 사람의 신변을 극도로 제한하고 인권과도 바로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뤄야 함에는 더더욱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를 다루는 기관에서는 영장발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신중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만 한다. 국가기관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적용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범죄자라고 해서 아무런 기준도 없이 영장발부 여부를 적용해서도 안 된다.
 
필자도 영장실질심사를 맡아 진행해 보고, 간접적으로도 구속 여부와 관련된 사건을 접해 봤지만 아주 명백해 보이는 소수의 사건을 제외하면 도무지 무엇을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일반 시민들이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 신분에 있는 사람들은 변호인이 소위 전관이냐 아니냐가 바로미터라는 마인드가 짙게 깔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선입견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소위 법률전문가라고 하는 필자의 눈에도 구속 기준이 모호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판사도 신이 아닌 이상 하루에도 수 십 건씩 솟아지는 사건을 접하면서 어떻게 자로 젠 듯 정확히 판단하겠는가? 축적된 구속 기준 마련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관예우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법원의 영장발부 또는 영장청구 기각 이유를 보면 얼마나 구속의 기준이 모호하거나 부실한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법에서는 범죄혐의의 유무, 도주나 증거인물의 우려, 주거 일정 여부 등의 기준이 있다. 그러나 올바르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유가 있어야 바람직하다.
 
실무에 들어가 보면 “범죄 혐의 중하나, 주거 일정하고, 피해자 및 참고인의 진술이 확보되어 있어 구속하여야 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등과 같이 매우 추상적인 이유만 존재한다.  심지어는 법에 나와 있는 추상적인 기준 중 구속에 필요한 사안의 부동문자 란에 간단히 체크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어떠한 사안에서 어떠한 사항을 고려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는지, 아니면 기각하였는지에 대한 자료 축적이 어렵다. 매뉴얼 또는 기준 마련이 그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반대로 기준 아닌 기준이 마치 관행처럼 고착화 될 위험성도 내포하게 된다.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는 상세한 근거가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어떤 점에서 주거가 일정하거나 부정하다는 것인지 피의자는 물론 일반인이 납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이유만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법원 스스로도 기준을 세우기 어렵고, 그야 말로 ‘원님재판’ 소리를 듣게 되고, 담당 판사의 감에 의존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또한 일반 국민이나 당해 피의자도 납득하기 어려워지고 전관예우 소리 또한 지속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이것은 불행한 일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도 모호하고, 구속영장청구를 기각시키기를 원하는 피의자도 모호하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도 다 같이 모호하다. 

필자의 눈에 때로는 법원이 실형 선고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과 함께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권한으로 권위를 세우려는 것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이런 시선을 없애기 위해서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세한 기준을 세워야만 한다.

상세한 기준이 없다보니 유사한 사례에서도 구속여부는 천차만별이고, 그 이유도 갖다 붙이기 나름이 되고 만다. 그래서 어디에서 나온 기준인지도 모를 이유가 붙기도 한다. 심지어 피의자의 다짐이나 범행 자백 여부 등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돈 많은 사람의 눈치 보기와 부패범죄의 근절이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수사를 위한 구속인지, 구속을 위한 수사인지도 모를 일도 발생한다. 그리고 영장재판이 마치 본안재판과 같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 얼마나 흉한 것들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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