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정부기금 수익 1200억 유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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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정부기금 수익 1200억 유용 의혹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11.1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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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2011년 현대증권은 고객 계좌를 통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한 뒤 목표 수익률만 채우고 석달 만에 다른 고객에게 싸게 되팔았다. 이런 식으로 다른 계좌에 넘어간 추가 수익 규모가 지난 5년간 1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바로 국민들이 혈세를 모아 만든 정부 기금이다.

▲ 현대증권이 정부기금 수익 1200억 원을 유용햇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뉴시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12일 현대증권이 고용노동부(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 우정사업본부(우체국예금, 우체국보험), 기획재정부(복권기금), 국토교통부(국민주택기금) 등 정부부처 4곳에서 위탁받은 30조 원 중 14조 원을 랩어카운트로 운용하며 수익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랩어카운트 계좌로 CP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매매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CP와 ABCP 매매를 할 때는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가격결정을 해야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랩어카운트 계좌를 통하면 이를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현대증권은 정부 기금의 경우 기본 수익만 지켜주면 아무도 신경을 안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정부 부처와 이면 계약서 형식의 제안서를 통해 3.8~4.2% 수익률을 보장했다. 이후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다른 고객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영업을 한 것이다.

일례로 2011년 현대증권은 기금 랩어카운트 계좌를 통해 액면가 7억 원짜리 기업어음(CP)을 매입했다. 석달 뒤 당시 시장금리인 4.21% 대신 임의로 정한 5.5%를 적용해 6억6367만 원짜리 CP를 6억5253만 원에 넘겼다. 차익은 무려 1114만 원이나 된다.

현대증권은 주요 기업 고객인 포스코, 현대상선, 대우인터내셔널, CJ오쇼핑 등 63곳에 수익을 부당하게 넘겼다. 특히 포스코 20억 원, OCI 16억 원, 현대상선 14억 원 등 거액의 수익이 정부 기금 대신 민간기업에 돌아갔다.

증권사 임원 아내 1500만 원, 펀드매니저 가족 5600만 원 등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약 2억 원의 부당 수익이 13개 계좌에 나눠져 흘러들었다.

현대증권은 이 기간 CP와 ABCP를 매각하면서 연간 100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더 큰 문제는 현대증권만의 행태가 아니란 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100조 원의 자산을 운영하면서 약 20여 개의 증권사와 거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른 증권사들에서도 채권 헐값 매각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부기금을 관리하는 각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신탁계좌를 전부 들여다볼 경우, 손실액 규모는 1조 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 의원은 "정부기금은 적사가 발생하면 국민 혈세로 메워진다"며  "당연히 국민에게 돌아가야할 정부 기금 수익이 줄줄새는 현실에 대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전면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재 업계 기금운용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기금운용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CP와 ABCP 장부가 평가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용됐다는 1200억 원이 어떤 식으로 계산됐는지 모르겠다"며 "고객의 수익을 유용한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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