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대출 늘었다는데…가계대출은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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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대출 늘었다는데…가계대출은 적신호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1.1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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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가계부채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자 금융당국이 고심 끝에 핵심 대책으로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5년 간 고정금리를 유지한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대출도 고정금리대출 실적으로 잡다 보니 '양'은 늘어났을지 몰라도 '질'은 그대로란 얘기다. 되레 금리변동에 따른 가계대출 위험만 더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부터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을 적극 권장해 왔다.

변동금리 하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자의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지만, 고정금리대출에서는 이런 위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017년까지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단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그 결과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지난해 1월 14.5%에서 △3월 33.1% △5월 42.6% △11월 48.6%까지 높아졌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9.9%로 동반 상승했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으로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 등을 내놨다. ⓒ뉴시스

문제는 이런 고정금리대출 확대에 내실이 없단 점이다. 실상 저금리 하에서 고정금리는 이점이 없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면서 고정금리대출에 대한 인기도 급격히 식어갔다.

그럼에도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 외에 별다른 가계부채 대책이 없던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은행들을 다그쳤고, 그 대책으로 탄생한 것이 혼합형 대출이다.

혼합형 대출은 3~5년 동안 고정금리가 유지되다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대출상품이다. 통상 15~35년에 달하는 대출 상환기간 중 극히 일부분만 고정금리가 유지되지만, 금융당국은 혼합형 대출도 고정금리대출로 인정해준다.

지난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따르면 지난해 44조5826억 원에 달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실적 중 88.9%(39조6209억 원)이 혼합형 대출이었다.

3~5년 후면 변동금리로 바뀔 대출인데도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처럼 포장됐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흐름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해결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데 있다. 지난해 정부가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기준금리가 0.5% 포인트나 내렸고, 대출금리도 함께 떨어져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꺾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금리인상 적기라는 말이 새나오고 있다.

최근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혜택은 누리지도 못한 채 훗날 혹시 모를 금리변동에만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혼합형 대출도 금리 인상기에 금리 변동의 위험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고정금리여서 금리가 일정하지만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될 때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도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싼 금리에 고정금리대출을 내놓은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며 "고정금리대출 확대가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개선한다고 보기도 힘든 만큼 시장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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