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원 "빈번한 병영사고, 기본예절 지키지 않아 생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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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원 "빈번한 병영사고, 기본예절 지키지 않아 생긴 것"
  • 방글 기자 박상길 기자
  • 승인 2015.02.0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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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규율 가장 센 곳…자기 밥그릇 챙기기보단 희생 감내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박상길 기자)

▲ 이봉원ⓒ시사오늘

1991년 군대 코미디 <동작그만>의 곰팽이는 25년이 지난 2015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해소해주려 2015년 판 <동작그만>이 연극으로 돌아왔다. 다음 달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는 <동작그만>이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극 중 곰팽이 이병 역할로 분하는 이봉원은 그간 부지런히 활동한 아내 박미선의 그늘 아래 산다는 편견을 깨고 새해 첫 기지개를 활짝폈다. 서울 송파구 신천에서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이봉원을 만나봤다.

-원조 군대 코미디의 부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1991년에 텔레비전에서 하고 난 이후로 공연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죠. 그동안 TV 프로그램에서는 후배들이 콩트로 리바이벌(재공연) 한 적이 몇 번 있지만, 원년 멤버가 뭉친 적은 없었어요. 언젠가 한 번 해보자는 말만 나왔다가, 지난해 초 윤곽이 잡혀서 연말부터 추진하게 됐어요. 예전 <동작그만> 작가였던 최성호 씨와 탤런트 이근희 씨가 공연을 기획하고 추진해 저와 메기 이상운 씨 등이 뭉치게 됐어요."

-기존 <동작그만>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스튜디오에서 하는 세트 형식의 콩트였어요. 그래서 10분 안에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내용적인 면에서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었죠. 이번에는 연극 무대에서 1시간 40여 분간 긴 호흡의 기승전결 형식으로 진행돼요. 25년 전을 회상하는 것과 이후 중년이 되고 나서의 삶이 엮여서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져요. 한마디로 현재의 50대가 지금의 군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예요."

-긴 호흡의 극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2010년부터 꾸준히 무대에 올랐고, 공연도 1년에 한 번씩 해왔기 때문에 생소했다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진 않아요. 방위로 소집 해제되긴 했지만 <동작그만>을 하면서 당시 학교장교 출신인 메기 이상운 씨와 선임하사 김진호 씨한테 많이 배웠고, 군대 프로그램 <배달의 기수>나 <국군의 차>도 즐겨봤거든요."

이봉원은 2010년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작품에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가슴에 담고 20년간 아들을 홀로 키운 아버지 정태준 역할로 연극 무대에 발돋움했다. 그는 전국에 아버지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공연은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3년과 2014년에는〈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국내 최초의 무료자선음악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극 중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곰팽이 역할 그대로예요. 세월만 지난 거죠. 극 중에서 사업하다 실패하고 아내와 이혼해 자살하려던 찰나에 예전 군대 고참들은 만나고 죽자고 생각을 바꿔요. 그들을 만나 기운을 얻고 사회에서 재기해 1년 후에 성공하죠."

-극 중 캐릭터인 곰팽이는 어리버리한 고문관인데, 실제 군 생활은 어땠나요.

"방위 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위계질서는 있었지만, 주로 동사무소에 파견 나가서 직원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특별히 고문관이다 뭐다 할 건 없었어요."

▲ 이봉원이 대본 리딩과 리허설에 열중하고 있다.ⓒ시사오늘


-이번 극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남자는 군대 다녀온 힘으로 평생을 산다'예요. 그만큼 군대가 대한민국 남자한테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고 원동력이 된다는 거죠. 다시 태어나는 계기도 되고요. 극에서는 군대를 다녀와서 내 인생이 망가졌다 꼬였다고 곰팽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지만 결말은 역시 군대가 내 인생을 바꿨구나하고 나거든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꼭 가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1991년 이후 20여 년만인 최근 군대 문화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푸른거탑>과 <진짜 사나이>,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이 있다. 인기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푸른거탑>은 tvN 예능프로그램 <롤러코스트>의 인기코너에서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진짜 사나이>와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은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인기코너로 자리 잡은 뒤 후속편이 계속해서 기획되고 있다. 이봉원은 인기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궁금했다.

"대한민국의 특수한 입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군이 필수고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절반 이상은 군대에 갔다 왔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게 있을 것이란 말이죠. 자기들이 지나왔던 곳이 지금은 어떤가 궁금해하는데, 그걸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와 닿는 거죠.여성들은 군대 예능이나 버라이어티가 나오기 전에 그쪽 상황을 잘 몰라서 군대 얘길 하면 지루해했지만, 여군 특집도 나오면서 자기들의 모르는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간 아내 박미선 씨가 활발히 활동해와서 상대적으로 그늘에 가려진 것처럼 보인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예전에는 그런 편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요. 그동안 연극도 하고 지방에서 프로그램 진행도 하고, 야구 동호회도 만들고 등산도 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연출 공부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연출가로서 군대 예능 프로그램들을 평가해본다면.

"<진짜사나이>는 출연진들이 극으로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거니까 <체험 삶의 현장> 군인 판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지금의 군대가 개방화됐고 현대화됐고 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푸른거탑>은 <동작그만>을 모방한 콩트라고 생각이 되는데, 주로 세트에서만 진행됐던 군대 소재를 야외무대로 확장해 영화처럼 표현했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연출가적인 입장에서 군대 소재를 예능이나, 버라이어티, 연극 등 다양한 장르 중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특별히 그런 장르는 없지만, 아무래도 영화는 스케일이나 출연진 등이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긴 하죠."

-군대를 소재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예전 <푸른거탑>처럼 군대를 하나 빌려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아님 세트를 지어서 야외에서 탱크를 동원해서 하는 등 스펙터클하게 해보고 싶죠."

-요즘 병영 사고가 자주 터지고 있어요. 시쳇말로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병영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고는 예전에도 있었어요. 다만 보도가 안됐다 뿐이죠.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개인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졌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인을 따지는 게 없었거든요. 예전보다 군인의 덩치는 커졌지만 정신력은 약해졌다고 생각해요."

-군대 분위기가 변했다고 느끼나요.

"예전에는 엄격하고 규율 딱딱했지만 많이 부드러워졌죠. 나라도 지키면서 단체 생활을 누리게 된다는 정도가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터지고 있는데, 단체 생활을 하면서 사고를 방지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어디든지 기본만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남들처럼 인사할 때 인사하고 할거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면서 자기 것만 찾으려고 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특히 군대 같은 곳은 더 규율이 센 곳인데, 그게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한테도 그걸 강조해요."

-병영사고가 자주 터지고 있는데,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자녀에 대한 걱정은 없나요.

"당연하죠. 사고는 자기가 못했으니까 터지는 거예요. 문제 나올 소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겠어요? 남들 하는 것만큼 하면서 자기 것을 챙기면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내것을 포기하고 참고 인내하는 걸 배우는 게 군대 아니겠어요?"

-군대 얘기를 하다 보니 상남자 스타일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평소 좋아하는 스포츠는 무엇인가요.

"등산이나 야구 등 단체운동을 좋아해요. 요즘엔 주말을 이용해 빙벽을 타요. 올해 7000m 히말라야 등반할 예정이라, 연습하고 있죠. 야구는 연예인 야구단 스마일 단장 겸 감독 겸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 이봉원은 군대 내 병영 사고 예방 대책으로 기본 예절 준수와 자기 희생을 꼽았다.ⓒ시사오늘


-야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포츠 중에 유일하게 희생번트, 희생플라이라는 게 있잖아요? 나를 희생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잘되도록 돕는 거.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스포츠 중에서도 단체생활이 가장 빛나는 종목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과 선수는 누구인가요.

"한화팀을 좋아하고 이종범 선수 좋아하죠. 이대호 선수랑 친하고요. 일본에 이대호 선수 경기 보러 가기도 하고요."

-개그맨, 방송인, 연출가, 야구단 단장 등 여러 타이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타이틀이 마음에 드나요.

"코미디언 타이틀이 가장 좋아요. 하지만 최근 들어 오픈 콩트 무대를 제외하면 코미디언이 설 자리가 없어 아쉬운 부분이 많죠. 방송사에서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1%의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조금 편하게 일하려고 앉아서 토크쇼나 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은 무조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의무가 있다고 보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동작그만>을 뮤지컬화하는 안도 고려해볼 예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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