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제 거부한 원희룡의 소신, 박수 받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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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 거부한 원희룡의 소신, 박수 받아야 할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3.1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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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종교의 자유 제한하는 시대착오적 제주도 조례
공직자의 의무, 개인의 자유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지난 12일 한라산신제 '초헌관'을 거부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뉴시스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라산신제에서 '초헌관(初獻官, 제단에 첫잔을 올리고 절하는 역할을 맡은 제관)'을 거부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도지사가 지역 전통행사의 제관을 맡는 게 그동안의 관례이자 제주도 조례에 명시된 규정인데, 이를 거부한 것은 종교 편향적이고,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자는 우려스럽다.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왜 개인의 신앙적 양심에 따른 행동이 비난 받아야 하는가. 종교적 신념을 지킨 원 지사를 비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대놓고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원희룡 지사는 산신제에서 절을 하는 게 종교적 소신에 맞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 지사는 지난해 10월,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사에서도 '초헌관'을 맡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를 비난하는 측에서는,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가 한라산신제를 주관하는 것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이기 때문에 도지사로서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지적한다. 종교적 입장을 떠나서 제주도 전통행사의 제관을 맡았어야 했다는 것.

일리 있는 주장이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제주목사가 제관을 맡은 것과,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원 지사가 제관 맡기를 거부한 행위를 비교하는 것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비약'이다.

더욱이 원 지사는 지난주 한라산신제 행사에 참석해 "초헌관은 부지사가 대신 맡았지만 제주도정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한라산신제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타 받고 수정돼야 마땅한 대상은 원 지사의 소신이 아니라 '초헌관은 도지사를 당연직으로 한다'는 시대착오적 제주도 조례다. 도지사라는 이유로, 공직자라는 이유로 제사에 참석해 잔을 올리고 절을 해야 한다는 조례는 누가 봐도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편부당한 규정이다.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의회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삼아 해당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 법으로 정한 공직자의 의무는 반드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해져야 옳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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