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뿔났다…정치 불신 '팽배', 재보선 '비상'
광주가 뿔났다…정치 불신 '팽배', 재보선 '비상'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4.13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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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취재 뒷 이야기, 무엇이 광주를 화나게 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시사오늘>은 광주 서구을 유권자들의 4·29 재보선 민심을 듣기 위해 지난 7일 광주를 갔다 ⓒ 시사오늘

4·29 재보선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을 취재하기 위해 내려간 광주에서 기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광주 서구을 지역구 주민에게 4·29 재보선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화를 냈다.

서울, 대전, 부산, 그리고 제주까지 르포취재를 가 봤지만, 광주 서구을만큼 취재하기 힘들었던 지역도 없었다. 광주 지역 주민들은 정치에 대해 언급조차 하길 꺼려했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그거(선거) 취재하러 서울서 여까지(여기까지) 내려온겨? 할 일도 없네. 나는 관심 없어. 누구 뽑든 다 똑같은 놈들이지."

4·29 재보선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렇게 답했다. 관심없는 것을 넘어 정치권에 대해 화가 나 있는 듯 보였다.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 놈이 그 놈"이라고 답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광주 지역 유권자들의 말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지역의 투표율은 다른 지역보다 높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의 경우 전국 투표율은 56.8%였던 반면, 광주는 57.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투표율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

사실 정치에 관심이 상당하지만, 언급하길 꺼려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치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뒤틀려 보였다. 무엇이 광주 시민을 정치에 대해 언급도 하기 싫을 정도로 화나게 했을까. <시사오늘>은 광주가 정치권에 불만을 갖는 몇가지 이유를 추려봤다.

◇'친노'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

광주 유권자들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극에 달했다. 문재인 대표를 묻는 질문엔 쌍욕이 나오기도 했다.

"그거 X같은 놈이여. 노무현 정부 시절에 호남을 소외시켜부렀어. 노무현을 누가 만들었는데. 우리 광주사람들이 만들었잖여. 대통령 만들어놨더니 배신을 때려부러. 지는 영남사람이라고 그 쪽만 챙기려는겨."

천정배 후보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7일 광주 금호동에 위치한 금호종합사회복지관에 간 기자에게 한 할머니는 "문재인은 절대 안 된다고 기사 좀 써주쇼"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광주 사람들이 문 대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참여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대연정 정책은 '호남홀대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라도 지역 사람들의 반발이 심했다. 광주 지역 주민들은 이런 이유로 친노(親盧·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했던 계파)와 문 대표에 대한 생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광주 유권자들은 문 대표를 상당히 싫어한다"라며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윤장현 광주시장을 지지 유세를 안 간게 아니라 '못'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과도 같은 광주에서 당대표에게 갖는 감정은 이토록 좋지 않다. '친노계 수장'이라 불리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잡아 광주는 떨떠름한 듯 보였다. 때문에 정치권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듯했다.

무근본 전략공천, 신뢰 잃은 계기

광주 풍암동에 사는 김 씨(46세)는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새정치연합에서 친노가 싫어 대안으로 안 의원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전략 공천'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철수 좋아하긴 한데, 그 것(전략공천)은 잘 못 했죠. 자기 사람 심으려고 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왜 하필 광주입니까. 무조건 새정치연합이 당선된다고 생각해서 내리 꽂은 거 아니에요. 논란도 많았고 잘 못 됐다고 봐요. 결국 윤장현 광주시장이 당선되긴 했죠. 나도 윤 시장을 뽑았어요. 다른 후보군에 손이 가질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러면서 윤 시장이 당선된 것은 안 의원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 씨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안 의원을 '친노 견제 세력'으로 봤다. 이에 호남 지역에서 안 의원에 대한 지지도 높았다.

하지만 광주 유권자들은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전략공천으로 내리 꽂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윤장현 광주시장을 비롯해 7·30 재보선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된 권은희 의원도 마찬가지다. 당 지도부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광주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안 의원에 대한 신뢰는 잃은 듯했다.

한 유권자는 "너무 새정치연합만 찍다 보니까 우리가 언제까지 즈그들만 보는 줄 아는데, 이번에는 확 새누리당 찍어 불라고. 광주도 뭔가 변해야 되지 않겠어. 그래야 새정치연합도 정신 차리제"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후보들…신뢰 가지 않는 유권자

출마하는 후보들에 대해서도 진저리가 난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 거주하는 유 씨(여, 35세)는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당선되기 위해 광주로 출마하는 사람들은 보기 싫다. 이제까지 광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잘 나갈 땐 보이지도 않다가, 당선되기 위해서 출마하는 후보들이 많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들이 많은 이유도 광주를 위한다기 보다는, 당선되기 위해 나오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광주는 유난히 굵직한 야권 후보가 많다. 사실상 야당 대 야당 싸움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했다.

야권은 정말 호남을 '홀대'하지 않았나

취재를 하러 가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 정 씨(남, 67세)는 기자를 만나 새정치연합이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에서 30년동안 새정치연합만 전폭적으로 밀어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너무 전폭적으로 믿기만 한 것 같다. 새정치연합은 그저 호남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30년동안 밀어준 결과는 살기 더 퍽퍽해진 것이다. 광주가 발전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또 호남에서 큰 인물 하나 나오지 않았다.

광주에 대한 이미지도 점점 안 좋아 지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 기업에다가 이력서를 내면 쓰레기통으로 간다고 한다. 우리 호남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그런 지역 차별을 없애야 하는데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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