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행사한 까닭…김무성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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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행사한 까닭…김무성 '겨냥?'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6.2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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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지지층 결집·'김무성 체제' 붕괴노린 '초강수'
朴의 한 수는 묘수일까, 무리수일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자동폐기를 당론으로 정해 청와대에 꼬리를 내린 셈이 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정질서를 배신했다"며 정부여당을 질타했지만 사실상 '닭 쫓던 개' 꼴이 됐다. 여야 모두 어수선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성완종 리스트'·'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20% 대로 하락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6월 3주차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에 따르면, 긍정평가가 29%로 나타났다. 5월 4주차 긍정평가가 40%로 집계됐음을 감안하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거부권 행사를 통해 급락하는 지지율을 보수층 결집으로 반등시키고, 국정동력을 확보해 '경화' 상태에 빠진 정치 난맥을 뚫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엿보인다.

또한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는 '김무성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한 수'라는 말도 나온다. 만약 김무성 대표가 국회법을 재의에 부칠 경우, 당청 갈등은 한층 더 심화된다. 더욱이 친박 최고위원들의 줄사퇴가 이어지면 더이상 김무성체제가 이어지기 어렵다.

▲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김무성 체제 흔들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겉으로 드러난 박 대통령의 '타깃'은 유 원내대표지만, 사실상 김 대표를 저격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이 (배경에) 있다"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친박과 비박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한 직후, 이를 기다리기나 한 듯 지도부를 맹렬히 지탄했다.

친박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무능 협상과 월권 발언으로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는 많은 의원들이 우려했던 대로 늘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며 당·청 간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도 "나도 과거 원내총무 시절 책임진 적이 있다"며 유 원내대표의 퇴진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김 대표는 결국 '김무성 체제' 유지를 위해 청와대에 꼬리를 내렸다. 그는 지난 25일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의원총회 끝에 국회법 개정안 자동폐기를 당론으로 정했다. 또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퇴진에 대해서도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과하라고 했고, 유 원내대표도 고민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26일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김 대표를 향한 친박의 압박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사퇴론'을 주장한 이장우 의원은 26일 YTN<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 "어제(25일) 의총에서 10여명 가까운 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사퇴하라는 의견을 냈다. 유 원내대표가 지금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당청 갈등은 계속되리라고 본다"며 "조만간 있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 결과를 지켜보고 의원들과 다시 상의해 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차기 총선에서 친박 인사들이 칼부림을 당할 것 같으니 박 대통령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며 "이게 '묘수'로 작용할 지, '무리수'가 될 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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