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월계수회' 된 새누리당 친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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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월계수회' 된 새누리당 친박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0.0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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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YS적자' 김무성의 향후 행보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위부터) 노태우, YS(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행태가 수상합니다.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저격한 데 이어, 이번엔 김무성 대표의 '무(無) 전략공천' 방침에까지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기엔 그 기세가 너무나 매섭습니다.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본격적으로 '김무성 죽이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꽂으려는 의중뿐만 아니라, 김 대표를 아예 대권주자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심산이 배경에 있다는 겁니다.

김 대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옹립하기 위한 사전 행보가 아니냐는 건데요. 약 30년 전, 오늘날 친박계의 모습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던 사조직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월계수회'입니다.

월계수회는 1987년 노태우의 부인 김옥순 여사 고종사촌 박철언이 만든 조직입니다. 노태우의 라이벌이었던 민주계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을 견제하고, 노태우의 대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 탄생했지요.

회원이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고 강력했지만 어떠한 정치적 비전도, 정체성도 없는 조직이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경쟁자를 숙청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노태우가 집권하면서 일약 여당 내 최대 계파로 떠오른 월계수회는 차기 대권 주자로 박철언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1990년 3당합당으로 YS가 '호랑이'를 잡겠다며 민자당에 합류하자, 그를 끌어내리기 위한 각종 정치 공작을 펼칩니다.

하지만 월계수회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돈과 권력뿐이었습니다. '결사'라기보다는 '이익집단'에 가까웠지요. 반면, YS에게는 오랜 민주화 투쟁을 겪으면서 흘린 눈물과 땀으로 뭉친 '민주산악회'가 있었습니다. 40여년의 정치 내공에 더해 국민의 민주화 요구 아래 탄생한 조직까지 갖춘 YS에게 월계수회의 탄압 쯤은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YS는 민자당을 장악하면서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타고 나오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지금의 청와대와 친박계의 모습을 보면 과거 월계수회가 보였던 이 같은 작태와 거의 흡사합니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 현안을 놓고 당 지도부와 다른 말을 했던 청와대,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끌어내렸던 친박계의 공습 등으로 짐작컨대, 결국 이들의 창끝은 김무성 대표를 정면 겨냥하고 있습니다. '신(新) 월계수회'라고 이름 붙여도 무리가 아닐 정도입니다.

월계수회와의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신월계수회는 박철언처럼 대권주자로 내세울만한 사람이 아직 없다는 건데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이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여기에 '반기문 대망론'까지 가세했고요.

이를 종합하면, 신월계수회의 최종목표는 김 대표가 깃발로 내세운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무(無)전략공천 방침을 공격해, 그의 기세를 꺾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옹립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필두로 한 산업화 세력이 YS적자라 불리는 김 대표를 필두로 한 당내 민주화 세력을 몰아세우는 꼴이 되는 거죠.

일단 김 대표는 "안심번호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표면적으로 봤을 때 꼬리를 내린 모양새입니다. 이를 두고 다수의 언론에서는 '김무성이 청와대에 휴전을 제안했다', '김무성이 항복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기자가 보는 관점은 다소 다릅니다.

월계수회의 공세를 받았을 당시 YS의 처지와 현재 김 대표의 처지는 같지 않습니다. YS는 월계수회와 맞먹는 조직인 '민주산악회'가 있었고, 여차하면 다시 야인의 길로 돌아가 DJ와 연계해 군부세력에 대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현재권력에 대항해 강경하게 나서기에는 타이밍이 적절치 않습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김 대표에게 '총선 패배의 원인 제공자' 꼬리표가 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권은 꿈도 못 꿉니다. 현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등 친박계 일색입니다. 김 대표에게 불리한 지형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김 대표는 일단 청와대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국민공천제 실현을 위한 특별기구'를 제안해, 이번 사안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국면은 김 대표에게 절대 유리해집니다. 그에게는 명분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일찍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 "내가 당대표로 있는 한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국민 하나만 보고 간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한 겁니다.

반면, 신월계수회에게는 아무런 명분이 없습니다. 국민도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 월계수회처럼 권력을 좇아 경쟁자를 숙청하고, 자신들의 이권을 도모하겠다는 정치적 계산만 보입니다.

여론도 김무성 대표의 편이 될 겁니다.

실제로 〈JTBC〉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 공개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1000명의 응답자 중 48.8%가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응답자 가운데에서도 33.7%가 이에 찬성했습니다.

더욱이 김 대표는 정치경력만 37년 입니다. "그럼 밀실공천을 하겠다는 말이냐. 국민들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감춰왔던 날카로운 이빨을 분명 적절한 시기에 드러내리라 봅니다.

뚜렷한 정치적 비전 없이 권력만을 좇았던 과거 월계수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졌습니다.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정치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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