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내 좀 도와도'…문재인, '내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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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내 좀 도와도'…문재인, '내도 힘들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0.0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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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내각제 파동서 YS 도와준 DJ…2015년 文, "박근혜 탈당하라" 공허한 외침…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공천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개된 자리에서 설전을 벌일 정도다.

이를 두고 정계 일각서는 '문재인 역할론'이 제기된다. 노태우 정권 시절,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가 YS(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예가 있듯,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김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하반기 정국은 청와대의 '김무성 죽이기'로 점철돼 있다.

지난 7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 내렸다. 최근엔 청와대와 친박계가 입을 모아 김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무(無)전략공천' 방침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일어선 배경에는 차기 총선 공천 지분 확보와 친박 대권 주자 옹립의 의중이 깔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차원에서 김 대표가 던진 화두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국은 1990년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여의도 정가는 청와대발(發) '내각제 파동'으로 마비돼 있었다.

1990년 늦가을…YS-DJ, 국민의 뜻으로 노태우를 압박하다

▲ YS(김영삼 전 대통령),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 김영삼 민주센터 홈페이지 캡처

노태우 정권은 그해 1월 3당합당으로 YS가 민자당에 합류한 이후, 줄곧 그를 음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고민 끝에 민정계가 빼든 카드가 바로 '내각제'다.

노태우는 내각제 개헌이 실시되면 YS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허수아비'로 전락하리라 판단했고, 같은 해 5월 민자당 박준병 사무총장을 YS에게 밀사로 파견해 내각제 합의문에 서명을 받아냈다.

당시 박 사무총장은 YS에게 "민자당 통합을 위해 필요한 형식적 문서일 뿐이다. 내각제라도 한다고 해야 당이 뭉치지 않겠느냐"며 "문서는 청와대 금고에 보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YS는 "내각제는 국민이 반대하므로 불가능하고, 나 자신도 반대한다. 다만 당 융화를 위해 이런 형식이 필요하다면 서명은 해 주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태우 측의 약속은 한 달도 못 갔다. 1990년 5월 29일자 <중앙일보>는 '노태우-YS-김종필이 내각제 각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YS는 터무니없는 보도라며 전면 부인했다.

내각제 파동이 절정에 달한 건 그해 10월 25일이다. <중앙일보>에서 급기야 YS의 서명이 담긴 내각제 합의문 사본을 공개한다. YS는 아래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당무집행 거부를 선언하고 마산으로 낙향했다.

"나는 내각제 개헌은 국민 지지와 야당 동의 아래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약속이 국민의 위에 설 수 없다. 노태우 측의 합의문 공개는 나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정치공작이다."

이 과정에서 YS의 라이벌이자 당시 야당인 평민당 총재였던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가 "노태우 정권이 내각제를 포기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 투쟁하겠다. 국회 등원도 하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YS에게 힘을 실어줬다. DJ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각제 개헌에 반대했다.

YS의 칩거에 이어, DJ마저 단식 투쟁으로 압박해오자 노태우는 당장 민자당이 분당될 것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노태우는 그해 11월 2일 사태수습을 위해 자신의 최측근인 김윤환을 마산으로 내려 보내 YS를 달랬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YS와 만나 결국 내각제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2015년 늦가을…김무성-문재인, 국민의 뜻으로 靑 압박 가능할까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뉴시스

청와대와 친박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내건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무(無)전략공천' 깃발을 맹폭격하고 있다. 과거 노태우가 YS에게 그랬듯, 이들 역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독주하고 있는 김 대표 견제가 진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의 뜻에 반한다. 〈JTBC〉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 공개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1000명의 응답자 중 48.8%가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27.0%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과거 DJ와 같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DJ와 문 대표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DJ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일무이한 제왕적 총재다. 그의 말이 곧 당헌이었고 당규였다. 반면, 현재 문 대표의 당내 입지는 굳건하지 않다. 최근 들어 당 혁신안에 대한 비주류의 공세를 온몸으로 맞받아치면서 리더십을 되찾았지만 아직 위태로운 실정이다.

더욱이 김 대표에게 잘못 힘을 실어줬다간 비노(비노무현)계로부터 선명성 공세를 받을 공산이 크다. 또한 야권 의원들을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공안정국이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해서일까, 문 대표는 '강펀치'가 아닌 '잽'만 날렸다. 그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고 공천과 선거제도 논의에 손을 떼기 바란다. 대통령의 욕심 때문에 공천제도와 선거제도 혁신이 왜곡되면 안 된다"고 박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문 대표의 성명이 적절치 않다는 말이 나왔다.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은 6일 SBS<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청와대가 지난번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간섭하고 나왔을 때 치고 나갔으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의 성명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것 같다. 아예 세게 칠거면 세게 쳐서 김 대표와 국민의 뜻 아래 연대를 형성하든지,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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