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재 인사와 韓 기업의 ‘親오너’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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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재 인사와 韓 기업의 ‘親오너’ 성향
  • 방글 기자
  • 승인 2015.12.08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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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너일가의 인사는 능력과 별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삼성그룹이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을 고문으로 발령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패션부문 총괄 사장 ⓒ 뉴시스

최근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고문 발령 소식이 전해졌다. 임우재 전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때문에 업계는 이부진 사장과의 관계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지만, 삼성 측은 “이혼 소송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말을 믿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사실 업계에서는 고문직은 퇴직 전 거쳐가는 자리 정도로 해석한다. 업무 권한이나 영역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미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외에 법인카드가 지급되지 않거나, 급여가 부사장 시절의 절반에 그치는 것도 그룹차원에서 임우재 고문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이건희 회장의 사위로, 이부진 사장의 남편으로 부사장 직을 맡았을 때 임 전 부사장은 초고속 승진의 아이콘이었다.

1995년 삼성물산 평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부사장까지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9년 이부진 사장과의 결혼 이후, 승진 속도나 그룹 내 위치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결혼 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미주 본사 전략팀을 거쳐 2005년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현시점에서 임우재 전 부사장은 사실상 '팽' 당했다고 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특히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남편이자 삼성그룹의 또다른 사위,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으로 이동한 것은 임우재 전 부사장과 비교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임 전 부사장과 같은 사례는 재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국 기업 내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는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셋째 사위 신성재 전 하이스코 사장이 있다.

정몽구 회장의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결혼한 신 전 사장은 1997년 정 전무와 결혼한 이후, 입사 10년만이 2005년 현대하이스코 대표이사에 올랐다. 결혼 8년만의 신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정 전무와 갈라서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현대 관련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사실 이번 삼성의 인사에는 이같은 성향이 두드러졌다. 오너일가에 속해 있는 경우, 여전히 승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경영능력과 별개인 ‘오너일가 승진 공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는 여전히 고민해봐야할 문제로 판단된다.

‘이혼 소송과 연관 없다’는 삼성그룹의 말이 사실이라면, 능력이 없던 임우재 전 부사장이 임원직에 오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전기는 상대적으로 인사폭이 컸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은 수준이었지만 올해 대폭 확대된 것.

이는 올해 사업에 따른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실적 부진에 따른 성과주의 인사’라고 파악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업계가 임 전 부사장에 대한 고문 발령을 ‘좌천’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오너일가인 이부진 사장과의 이혼 소송은 관련이 없다”는 삼성그룹에게 묻고 싶다.

능력 없는 인재를 부사장직까지 승진 시킨 이유가 뭔지, 아니면 능력 있는 인재를 오너와의 관계 때문에 내치는 건지, 글로벌 기업 삼성의 ‘인사제도’가 궁금하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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