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47년 만에 재등장…국내외 사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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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47년 만에 재등장…국내외 사례 '재조명'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2.24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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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후보 '샌더스·크루즈'도 참여…셰익스피어·요리법까지도 동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1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자료를 챙기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지난 23일 저녁부터 필리버스터(filibuster, 무제한토론)를 시작했다. 이는 국내 의회 사상 47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여론의 주목이 쏠리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파 의원들이 합법적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는 '해적선' 또는 '약탈자'를 뜻하는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유래했는데, 토론을 전횡하는 방식이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 제도는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본회의장에 재등장했다.

일단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필리버스터 요구서가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거부할 수 없다. 1인당 1회에 한정해 토론할 수 있고, 토론에 나설 의원이 없거나 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으로 종료된다. 

필리버스터 중단에는 재적의원 5분의 3이상(176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157석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제동장치가 없는 셈이다. 

한편, 더민주는 오는 26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지속할 계획이다.

◇韓, 3선개헌 반대 '10시간' 박한상 前의원 · 동료의원 구명연설 '5시간' DJ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5시간 32분 동안 연설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1964년 당시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간 발언한 기록을 깬 것이다.

당시 김준연 의원은 "공화당 정권이 한일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자금 1억3000만 달러를 들여왔다"고 폭로, 국회에 구속동의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DJ가 구명 연설에 나서면서 회기가 종료돼 결국 구속동의안 처리는 무산됐다.

김광진 의원에 이어 24일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1시간 49분, 더민주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 등 바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은 의원의 경우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기록을 세웠다.

이전 최장기록은 신민당 박한상 전 의원이 세운 10시간 15분이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969년 3선개헌을 막기 위해 10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대토론을 진행했다.    

 ◇美 대선후보 '샌더스'·'크루즈'도 필리버스터…최장기록은 '24시간 18분'

의회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미국 역시 필리버스터 제도를 두고 있다.

미 의회 역사상 가장 긴 필리버스터 기록은 스트롬 서몬드 전 상원의원이 1957년 공권법(인권법)에 반대하며 세운 24시간 18분이다. 당시 서몬드 의원은 중간에 화장실에 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연설 당일 직전 증기 목욕을 통해 수분을 최대한 뺐다는 후문이다.

미국 유력 대선후보들도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바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는 지난 2010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연장안을 막기 위해 8시간 30분 가량 연설을 진행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테드 크루즈 역시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막기 위해 21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했다.

필리버스터의 주요 목적이 의회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있다보니 참여 의원들은 최대한 말을 늘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1935년 휴이 롱 전 상원의원은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 법안이 부자를 위한 것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그는 헌법, 셰익스피어 책, 어머니의 요리법 등을 읽으며 시간을 끌었지만 15시간 30분 만에 화장실에 가는 바람에 실패로 끝났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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