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와 엘리아큄 망갈라]알을 깨지 못한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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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와 엘리아큄 망갈라]알을 깨지 못한 유망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2.28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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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10)>‘얼짱 정치인’ 정은혜와 ‘축복받은 피지컬’ 엘리아큄 망갈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맨체스터 시티 수비수 엘리아큄 망갈라는 ‘타고난 조건’이 좋은 인물들이다. 정 부대변인은 ‘얼짱 정치인’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갖췄고, 망갈라는 187cm에 달하는 큰 키와 강한 힘, 빠른 발까지 가졌다. 젊은 나이 덕분에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같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아직까지는 타고난 조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 시사오늘

특급 유망주 등장

정 부대변인은 2012년 총선의 ‘신데렐라’였다. 유난히 젊은 바람이 불었던 지난 총선에서 그는 이준석, 손수조, 김재연 등과 함께 ‘청년 정치 열풍’의 중심에 서있었다. 언론은 ‘젊은 미모의 정치인’을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정 부대변인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심지어 야당의 선배 정치인들까지도 정 부대변인에게 지원 유세를 부탁할 정도였다. 비록 비례대표 후순위(27번)에 배정되면서 금배지를 달지는 못했지만, 미래를 위한 탄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망갈라는 신체조건 하나만으로도 ‘특급 유망주’로 분류되는 선수였다. 크고, 강하고, 빠르기까지 한 그는 ‘스타 양성소’ 포르투 스카우트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2011년 포르투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유럽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소위 ‘빅 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프리메이라리가(포르투갈 1부 리그)에서 망갈라는 군계일학이었다. 포르투갈 리그에는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지닌 망갈라를 뚫어낼 수 있는 공격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2014년 여름, 3200만 파운드(한화 약 553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고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알을 깨지 못한 기대주들

그러나 정 부대변인의 정치 인생은 생각처럼 풀려나가지 않았다. 낙선 후 민주당의 상근 부대변인직을 맡았고, 다양한 정치 활동을 펼치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2012년 총선 때와 같은 관심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정 부대변인 스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일 만한 계기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활발한 방송 활동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과시하는 동안, 정 부대변인은 ‘얼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잊히는 듯했던 그는 최근 “새누리당은 나라를 팔아도 찍어줄 40%가 있다”는 발언으로 ‘반짝 관심’을 끌었으나, 자신만의 콘텐츠 없이 자극적인 발언으로 관심을 붙잡아두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엘리아큄 망갈라 ⓒ 맨체스터 시티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

망갈라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커리어 최악의 위기를 맛보고 있다. 높이와 힘, 빠른 발만으로도 평정이 가능했던 프리메이라리가와 달리 프리미어리그는 신체조건과 기술, 전술 소화 능력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리그기 때문이다. 망갈라는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후 빠른 경기 템포에 적응하지 못해 집중력을 상실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지나치게 과감하게 압박 수비를 펼치다가 한 번에 제쳐지면서 위기를 허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평범한 플레이 상황에서도 실수를 범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온다. 여전히 신체조건을 활용하는 수비는 뛰어나지만, 집중력과 판단력, 전술이해도 등 ‘축구 아이큐’가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젊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아직 젊기 때문에 미래가 더 기대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83년생인 정 부대변인은 ‘젊은 정치인’임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여성 리더십센터 부소장, 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투표참여운동본부 본부장,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2년 총선을 치러본 경험 또한 소중한 자산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적잖은 정치 경험을 한 만큼,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약점만 극복한다면 파괴력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다.

망갈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축복 받은 신체조건’은 여전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시즌을 치르는 동안 많은 교훈도 얻었다. 더욱이 1991년생인 그는 이제 겨우 25세밖에 되지 않은 선수다. 통상적으로 수비수의 전성기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찾아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망갈라의 시간’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정 부대변인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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