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흔드는 ‘고물 정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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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을 흔드는 ‘고물 정치’…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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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룰 유지’ 원한 새누리와 더민주, ‘지역주의’ 복원 노리는 국민의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PI ⓒ 각 정당 홈페이지

제19대 총선의 키워드는 ‘변화와 젊음’이었다. 새누리당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손수조 새누리당 부상 사상구 당협위원장 등을 영입해 ‘젊고 역동적인 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썼고, 이에 발맞춰 야권에서도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 등 ‘유망주 정치인’을 대거 등용하며 미래를 설계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의 시계는 멈춘 듯하다. 1945년생인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한동안 헤드라인을 장악하더니, 최근에는 1940년생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축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국민의당이 1930년생 권노갑 전 의원과 1942년생 박지원 의원을 영입하며 뉴스거리를 제공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시곗바늘을 붙잡고 있는 것은 ‘현상 유지’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모두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총선 전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들을 ‘과거 지킴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략공천주의자’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앉혀 공천 룰 현상 유지를 택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가 주장한 상향식 공천은 공천 과정에서 실력자의 입김을 배제하는 방식이다.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이른바 ‘밀실 낙하산 공천’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당 문화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전략공천 방침을 사수하고 나섬으로써, 상향식 공천을 핵심으로 하는 공천 룰 변화는 없던 일이 됐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길을 걸었다. 지난달 29일 더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고 선거 관련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 공천권을 몰아준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의 공천 혁신안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총선 패배’라는 위기감이 역방향 질주를 가능케 했다. 패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표 한 사람의 권한을 최대화하는 ‘옛날 정치’로 회귀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한 술 더 떠 지역주의 복구를 노리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창당 직후와 비교해 호남 지지율이 반토막나자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 박지원 의원을 영입해 ‘호남 세력 복원’을 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남 맹주’들을 영입해 지역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총선 성과를 위해 ‘올드보이’들을 영입, 지역주의 사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금배지보다 중요한 게 있겠느냐”며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굳이 혁신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더민주당은 혁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중요하고, 국민의당은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면 지역주의든 뭐든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끌어 써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드보이’들이 정치권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구태든 뭐든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정치권이 이들을 이용하려고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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