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과 친노의 악연]집토끼, 산토끼로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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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과 친노의 악연]집토끼, 산토끼로 변할까?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17 14: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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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정청래·오영식 컷오프…'친노 배제설은 비약' 주장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대위원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결과를 두고 '집토끼 위기론'이 제기됐다.

계기는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였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맡은 만큼 '친노계 좌장'으로 분류된다. 정 의원 역시 비주류와의 갈등 국면마다 강경 발언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비호한 바 있다. 이들의 공천배제가 '친노 자르기'로 해석되는 이유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독재 리더십'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당 핵심 지지층이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향수에 기반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해,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박영선 비대위원이 공천과정에서 친노 자르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문 전 대표의 사퇴와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친노 핵심' 최재성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공천과정에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이 다 작동한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 다음날인 14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통해 "정청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은 박영선과 이철희"라고 실명까지 거론, 파장이 일었다.

박영선 비대위원이 '공천 실세'로 거론되는 데 대해, 김 대표는 "정치상식 이하"라고 일축했고,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역시 "비열한 루머"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백의종군하겠다"며 무대 뒤로 물러섰던 친노 핵심세력이 기자회견을 자청할 정도로 이번 공천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배경에는 박 위원과 친노 간 질긴 '악연'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 

박 비대위원은 MBC 선배인 정동영 전 의장(DY)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열린우리당 시절 비례대표였던 박 비대위원은 공공연한 DY계였다. 정 전 의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통일부 장관을 역임, 참여정부의 주역이었다.  

이같은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정 전 의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열린우리당 탈당하면서부터다.

당 사수파였던 유 전 장관은 정 전 의장의 행보를 두고 "참여정부를 곶감항아리로 알고 필요할 때마다 빼먹기만 한다"면서 "정치인으로서 신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 전 의장과 '바늘과 실' 관계였던 박 비대위원도 노무현 정권에 날을 세웠다.

그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잇단 정치적 발언에 대해 "우리당은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만든 공당이며 누구 명령에 의한 개인 사당이 아니다"면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나갈테면 나가라' 등 막말을 퍼부으며 언어의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광재와 안희정 등 친노 인사들이 오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갈등관계는 지난 2014년 박 비대위원이 당 원내대표를 맡았을 때 다시 노출됐다.
 
박 비대위원은 당시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당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상력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은 박 비대위원이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사퇴로 인한 공백을 막기 위해 '이상돈 카드'를 집어들면서 위기로 번졌다. 

박근혜 대선캠프에 몸 담았던 이 교수의 영입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당내 친노 운동권 출신들은 곧바로 반대성명을 냈다. 노영민·최재성·진성준 의원도 성명에 참여했다.

결국 이 교수의 영입 추진은 없던 일이 됐고,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은 박 비대위원은 며칠간 잠적에 들어갔다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비대위원은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전적을 고려하면, 박 비대위원이 친노 세력의 중심인 문재인 전 대표에 날을 세운 것은 '악연'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지난해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자, 주승용, 김한길 의원 등과 함께 "친노패권을 청산하라"며 새 지도부를 연일 공격했다. 또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이 분열되는 상황에 놓이자, '조기전대론'을 내세우며 문 전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친노 세력은 당내 지도부에 복귀한 박 위원이 가까운 사이인 김종인 대표와 '보복성' 친노 자르기에 나섰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박 위원의 지역구인 구로구를 방문,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 위원이 더민주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에 가장 앞선 사람이라 도와주러 온 것"이라며 박 위원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게다가 박 위원은 이번 공천에서 단수추천을 확정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컷오프가 '의도적인 친노 배제'로 해석되는 것은 비약이라는 주장도 있다.

더민주 김용익 의원은 지난 14일 "노영민 의원은 불출마했는데 컷오프로 잘랐다"면서 "완전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불출마 선언한 사람에게 굳이 불명예를 안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의원은 이미 '시집강매' 논란으로 당에 부담이 된 터였다. 게다가 그는 사회적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당 기구 '을(乙)지로위원회' 소속이었던 탓에, 약자를 위한다는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즉, 불명예를 안긴 것은 당이 아니라 노 의원이며, 그 이유 또한 친노라서가 아니라는 것.

공천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역시 '막말 방지'라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5월 '공갈발언'으로 당 윤리위에 제소돼 당직이 정지된 바 있다. 이때도 징계가 과도하다는 구명운동이 열려 넉 달 만에 사면됐지만, 당시 비주류의 지도부 흔들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이들과 함께 공천배제된 전병헌, 오영식 의원은 친노가 아닌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오 의원의 경우, 지난해 문 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경기 남양주갑에 공천되자, 조광한 전 비서관이 "박근혜 정부 비서관에 노무현 정부 비서관이 밀려났다"며 반발, 친노 배제설을 뒷받침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권과 가까웠다는 이유로 공천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친노 패권주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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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천벌 2016-03-18 10:14:30
조중동 프레임으로 더민주를 힘들게 한 박영선
좋은 기회를 이 측근들이 항상 말아먹었다.
내 자식세대의 미래를 위해 김한길, 박영선, 이종걸, 이언주 등은 사라져야 한다.
박영선 MBC 후배의 글을 읽어보면 이 여자가 얼마나 민주당과 어울리지 않았던 가 알 수 있다.

슈릭 2016-03-18 09:39:22
기자는 박영선의 입장만 대변하지만
박영선을 비롯한 그 누구도 친노에 대한 규정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말하는 친노는 지들 계파가 아닌 모든 사람을 친노라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친노는 더민주의 주요 지지층인 민주, 진보세력을 이야기한다.
박영선은 작년에 나갔어야 하는데 이지랄 할라고 안나갔다.
박영선, 이종걸은 더민주를 김한길에게 헌납하고자 하는데..
대한민국 민주, 진보세력에 의한 처단이 반드시 필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