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6주년] DJ의 고향에서 YS에 대해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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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6주년] DJ의 고향에서 YS에 대해 묻다
  • 광주=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5.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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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朴 대통령, 정치와 정의를 분리하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광주 김병묵 기자)

▲ 지난 2007년 광주 5·18 민주화묘지를 참배하는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뉴시스

올해 오월의 광주도 뜨거웠다. 시민들은 전야제부터 금남로를 가득 메우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다.

정치권의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았다. 야권의 핵심인사들은 전날인 17일 전야제에 모여 민주대행진에 참가하고, 늦은 시간까지 금남로 광장에서 경쟁적으로 자리를 지켰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의 김태종 연구실장은 18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기념식도 아니고 전야제에 이렇게 많은 정치인들이 오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데 기념식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3년 연속이다. 2013년 취임 직후 기념식에 참석하며 광주시민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던 박 대통령은, 2014, 2015년에 이어 올해도 일정 문제로 불참했다.

광주 시민들은 서운함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17일 광주송정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올해도 (박 대통령이)안온다고 들었다”며 “대통령이니께 바쁘긴 바쁘것제만은 이게(기념식) 매년 날짜가 다른 것도 아니고, 올 마음이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동행하던 한 시민은 “보수정권이니까 안 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여기서 보수정권이라고 함은 이명박(MB)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를 가리킨다. MB정부 때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 대신 합창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YS의 문민정부는 광주 시민들에게 보수정권으로 비쳤을까. DJ의 정치적 고향 광주에서 YS에 대해 물었다.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의 김모 씨는 이날 “YS에 대한 이미지는 좋습니다. 일단 전두환에 대한 단죄를 해 줬고…, 많이 신경을 써 줬어요”라며 “MB나 박근혜와는 같이 묶어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광주 충장로에서 같은 날 만난 한 시민은 “(YS가)DJ와는 정치적으로 라이벌 관계였지만, 젊어서는 민주화를 위해 같이 싸운 그런 사이 아닙니까. 말년에 그 일(IMF)이 쫌 거시기해서 그렇지 대단한 사람이지요”라고 평했다.

광주 시민들 대부분이 YS에 대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들려줬다. 이는 문민정부 시절 YS의 행적과 관련이 있다.

YS는 1993년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제정과 민주묘지 조성 계획, 5·18 참여로 유죄판결을 받은 시민들의 전과기록 말소 등을 발표했다. 1995년 11월엔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했고, 1997년엔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YS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광주를 찾자, 5·18 단체 회원 100여 명이 마중 나와 감사패를 수여하며 환영했다. 지난해 서거 때도 공식적인 애도를 표한다.

YS와 DJ는 정치적으로는 경쟁자이고 서로의 적이었지만 민주화를 추구함에 있어서 동지였다. 이 두 사람은 정치와 정의(正義)를 분리했다. 박 대통령과 ‘보수정권’은 지금 정치만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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