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열풍 씁쓸한 이유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반기문 열풍 씁쓸한 이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5.30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한국 정치판 위기 투영된 '반기문 열풍'의 그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권출마설이 퍼지며 정계가 들썩이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은 지난 25일 방한한 반 총장이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며 점화됐다.

사실 반 총장의 등판설은 정가에 수 년 전부터 돌던 풍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 마땅한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반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졌다.

<중앙일보>가 30일 보도한 차기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28.4%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2%로 2위를 기록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는 11.9%, 박원순 서울시장 7,2%,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4.2%로 뒤를 이었다. 반 총장을 여권의 후보군으로 분류할 경우, 김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앞서는 주자가 된다. 정가의 풍문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런데 ‘반기문 대망론’뒤에는 어딘가 씁쓸한 구석이 있다. 한국 정치판의 위기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어서다. 집권여당을 포함한 정계의 인물난과, 결코 약해지지 않는 지역주의의 생명력을 반기문 돌풍의 그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한국 정치판의 척박해진 풍토다. 사실 반 총장은 경험 많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훌륭한 외교관에 가깝다. 혹은 행정가로 분류된다. 그런데 반 총장의 대권도전이 공식화 되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여론조사 선두에 오르는 등 정계가 흔들렸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 일어났던 ‘안철수 신드롬’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차세대 정치인을 길러낼 토양이 척박해진 상태임을 알리는 위험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론 지역주의 망령의 부활이다. 지역주의 균열의 희망을 보여준 4‧13총선이 불과 1달 남짓 지난 상태다. 그런데 반 총장이 29일 안동과 경주를 방문하자, 즉각 대권행보의 시작이라는 해석과 함께 다시 지역주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충청+TK(대구경북) 연합’이니, ‘충청대망론’의 첫걸음이니 하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반 총장 대망론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게다가 반 총장 본인이 30일 기자회견에서 “과대 해석을 말아 달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와, 후보로서의 적합도 여부를 떠나 ‘반기문 대망론’ 돌풍이 드리운 그림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