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리대 기부의 虛]'생리대 기부' 뉴스 검색어 전년비 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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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생리대 기부의 虛]'생리대 기부' 뉴스 검색어 전년비 10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7.1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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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하 목소리 대신 기부는 '생색내기' 비판…기부 열풍에 제조사만 특수 지적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 실시한 퍼포먼스에서 각국의 생리대 가격을 표시며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뉴시스

생리대 가격 인상 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기부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생리대 회사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생리대 가격 인상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기부라는 허울 속에서 생색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생리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인터넷 포털에서는 '생리대'라는 검색어가 한 때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는가 하면 '생리대 기부'라는 뉴스 검색어는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5월 우리나라 생리대 판매 1위 회사인 유한킴벌리에서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서는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휴지나, 신문지, 수건 심지어는 신발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용하거나, 생리기간에 학교에 결석한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자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생리대 기부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생리대 기부 시작을 알린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5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세상에 생리대도 못하다니,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 성남이 먼저 시작한다”는 글을 올리고 담당부서에 ‘저소득층 미성년자 생리대 지원사업’ 검토를 지시하면서부터 생리대 기부가 시작됐다.

이후 성남시 지역 업체와 생리대 대리점 그리고 일반시민 등이 잇따라 생리대 기부는 물론 후원금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성남시는 여기에 더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남시사회복지협의회와 손잡고 연말까지 5억원을 모금해 취약계층 소녀에게 위생용품(생리대)을 지원키로 했다.

성남시의 생리대 기부 소식은 급속도로 퍼졌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생리대 무상 지원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이마트와 손을 잡고 매달 400여개씩 연간 100만개의 생리대를 청소년 지원센터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서울시도 저소득층 가정 10대 여성들을 위해 예산 5억원을 들여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으로 전국적으로 생리대 기부 바람이 불면서 생리대 판매업체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목소리다.

생리대 판매 대리점을 운영했던 A씨는 지난 11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일어난 생리대 기부에 힘입어 지금 생리대 회사들은 엄청난 특수”라면서 “가격인상 본질은 외면한 채 생리대 기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한 시민은 “저소득층 가정 청소들을 위한 기부는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이같은 일(기부)은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벌어진 것인데 생리대 가격 인하에 대한 목소리 대신 기부를 선택한 것은 생색내기라는 기분마저 들며 쓸씁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생리대 제조업체들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는 “하반기에는 중저가 제품라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고, 2~3위인 LG유니참과 한국P&G는 중저가 제품보다도 청소년 등에 대한 기부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생리대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제품가격 인하를 외면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생리대 기부 열풍이 말해주듯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생리대 기부라는 검색어가 전년대비 10배 늘었다.

<시사오늘>이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생리대 기부라는 검색어로 뉴스를 검색한 결과 2015년 1월1일부터 2015년 7월11일까지 28건이었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인 1월1일부터 7월11일까지 생리대 기부 뉴스는 297건이 검색됐다. 생리대 기부 뉴스가 1년 사이에 10배가 넘었다.

한편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생리대의 원재료인 펄프와 부직포 가격은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각각 29.6%, 7.6%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생리대 가격은 25.6%나 올랐다. 동일한 재료(펄프)를 사용하는 화장지와 기저귀 값은 각각 5.9%와 8.7% 오르는데 그쳤다. 펄프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인상 폭이 차이가 나도 너무도 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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