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표류한 공수처신설, 이번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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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표류한 공수처신설, 이번엔 가능할까?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6.08.03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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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례 발의된 '공수처 법안' 번번이 '좌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은 과거부터 이어진 대선주자들의 대표 공약이다. 열 번째 도전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일명 ‘공수처 법안’은 과거 법안보다 수사대상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에 대한 법안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내려간다. 1998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고위공직자비리 특별수사처’를 추진했다. 그 다음해 1999년, 박상천 법무부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공직비리수사처’를 만들겠다고 보고했으나 검찰총장 산하 기구로 격하되자, ‘독립기관’이 아니라는 지적으로 물거품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나 당시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오른쪽) 의원이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과 함께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공수처 법안 필요성 ‘공감’…검찰과 여당이 ‘변수’

이번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수처 법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최근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이 구속 기소돼 해임되는 사태와 공직자 검증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자리에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비리 의혹이 이어지면서 공수처 신설을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높다.

공수처 법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야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주 중으로 단일안을 확정해 공수처 법안 처리와 검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더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이 내놓은 공수처 신설 법안은 과거 발의된 법안과 비교해 수사대상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사대상 범위에는 비위 혐의가 있는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이 포함되고, 고위공직자 본인 외에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수사대상에 들어간다. 즉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는 모두 조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각 당들이 △공수처가 김영란법 위반 사건을 담당할지 여부 △공수처가 맡은 사건의 공소유지를 검찰에 맡길지 여부 △공수처 수사 개시 요건 등 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 모색이 필요하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 개시 요건에 관한 사안은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의 목적이 청와대와 정부, 검찰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를 하기 위해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도 가장 큰 해결과제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도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및 평생 검사제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는 (검찰과 경찰이 아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으로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고위공직자와 경제범죄에 관한 첩보와 정보를 항시 수집하고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면 정치적 중립성뿐만 아니라 부패척결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설치 찬성이 69.1%…공수처 견제는 ‘누가?’

반면 공수처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검찰과 여당은 공수처의 견제는 ‘누가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특별검사제와 특별감찰관으로도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공수처 신설은 업무의 중복과 더불어 또다른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야권의 법안대로 독립기구로 공수처를 신설한다고 하더라도, 처장 임명은 결국 대통령이 하므로 기존 제도와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공수처를 견제·통제하는 기능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적에 대해 “공수처 견제 기능은 검찰이 스스로 하면 된다”며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기 위해 만든 공수처의 취지에 맞게 공수처가 검찰을 수사하는 것처럼, 검찰도 공수처를 수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공수처를 검찰과 상극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로 본다면 검찰과 여당의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공수처가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약 통과가 된다면 공수처와 검찰이 각자 독립적으로 수사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 균형을 잡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고위공직자 비리로 인해 실망한 여론도 공수처 신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서 실시해 2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1%가 공수처 신설에 찬성으로 반대의견 16.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국회통과 가능성 ‘글쎄’…법사위 통과가 관건

그렇다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공수처 신설 법안’을 통해 야당의 힘을 확인할 수 있을까. 여론의 기대에 비해 공수처 신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관건이다.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과해야 공수처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사위 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새누리당 소속의원이 7명으로 적어도 1명 이상의 이탈표가 있어야 재적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출 수 있다. 본회의에서도 셈법이 복잡하다. 야당이 공조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전체 300명 의원 중 180명이 찬성해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야당은 새누리당 전당대회까지 지켜볼 모양새다. 8.9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되고 있고, 최근 비박계의 공수처 찬성 의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정진석 원내대표도 “검찰 스스로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소신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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