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갑질'에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 '피눈물'
스크롤 이동 상태바
건설사 '갑질'에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 '피눈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8.08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시름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업무강도는 줄지 않는 반면,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건설사들의 갑질 횡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건설업계 기둥' 비정규직노동자…근무환경은 최악

▲ 건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위해 업계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 뉴시스

우리 건설업계는 다른 산업 부문과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노동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1.5%, 2015년 51%, 2016년 50%로 절반 이상에 이른다. 같은 기간 타 산업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비중은 30% 초반에 머물렀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가중되고 있는 부담을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원청업체들이 세계화에 따른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중되고 있는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시키거나 비정규직 고용확대로 맞서고 있다"며 "하청업체에 전가된 부담은 다시 재하청 관행이나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고용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전체 건설업계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이들의 업무강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하지만 근무환경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눈치다.

우선, 가장 중요한 임금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5년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월 임금총액은 294만5542원으로 집계된 반면, 비정규직은 188만5462원으로 나타났다. 고강도의 육체·정신적 노동을 함에도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우리 건설현장은 '죽음의 사업장'과 다름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공개한 '2015년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건설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2만5132명으로 전체 산재자 중에 27.9%에 달했다. 사망자 수는 437명으로 건설업이 가장 많았다.

낮은 처우와 산업재해는 '악순환'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형편이 어려운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무리하게 장시간 노동에 나서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게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며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일을 많이 시킬 수밖에 없고 그 사람들도 돈을 더 받으려고 군말 없이 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甲질 횡포, "비정규직이라서 그저 웃지요"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갑질 횡포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건설사(원청업체)의 갑질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진접역 폭발 사고다. 당시 시공사 포스코건설은 안전책임자를 제대로 두지 않았다. 또한 하청업체 매일ENC는 소화 시설 관리, 가스 누출 여부 확인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의무 설치해야 하는 환기시설, 누출경보기도 없었다. 이는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안전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원청업체의 보이지 않는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에는 기창건설에서 일부 비정규직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퇴직금 포기각서에 서명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노동자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퇴직금을 일당 안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계약서(퇴직금 전액수령 사실확인서 미 합의각서)에 서명을 요구한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 입장에서는 설사 계약서 내용을 인지했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

당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퇴직금을 다 받았다는 합의서를 사실상 강요해서 받았다"며 "이 같은 변칙계약이 성행한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건설현장 일용직노동자는 지난 주말 기자와 한 통화에서 "비정규직이라서 그냥 웃을 수밖에 없다"며 "어른들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곳에 취직했어야 됐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이제는 업계가 나서야…'정규직화'·'관리 시스템 구축'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전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기업노동조합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 연장을 통해 생업을 유지하는 비정규직은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을 시킬 경우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현장 안전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들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건설업 산재율을 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8일 공개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교육 훈련, 복리후생, 경력 개발 등 측면에서 건설업 비정규직 관리 시스템 구축은 궁극적으로 기업 성과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