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전쟁③/커피]이름만 바꾸면 고급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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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전쟁③/커피]이름만 바꾸면 고급커피?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8.19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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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대기업의 프리미엄 마케팅을 타고 커피전문점 업계도 고급 커피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프리미엄 마케팅 속에 탄생한 신메뉴는 기존 메뉴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알맹이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상반기 커피업계는 프리미엄 커피 콜드브루에 빠졌다. 사진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콜드브루를 시음하는 고객의 모습(위)과 투썸플레이스 콜드브루 메뉴 이미지. ⓒ스타벅스·CJ푸드빌

콜드브루가 더치커피? 

올 상반기 커피업계는 그야말로 ‘콜드브루’ 열풍이었다. 콜드브루는 찬 물에 오랜 시간 우려낸 커피로 부드럽고 향이 더 진하다고 알려져 있다. 

콜드브루 열풍 첫 주자는 한국야쿠르트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는 ‘제품 겉면에 원두 로스팅 일자가 표기된 스티커를 부착했다’며 신선함을 내세운 광고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덕분에 야쿠르트 콜드브루는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0만개씩 팔리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서울 홍대입구 근처에서 개인 카페를 십여 년째 운영 중인 A씨는 “로스팅 일자 표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유통기한과 관련 있는 추출일자가 중요한 것인데 소비자들은 티비에 광고가 자주 나오니 ‘일단 좋은 거구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쿠르트에 이어 스타벅스도 지난 4월 콜드브루를 출시했다. 톨 사이즈 기준 콜드브루가 4500원, 콜드브루 라떼가 5000원이다. 아메리카노(4100원)와 카페라떼(4600원)보다 각각 400원 더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 콜드브루는 한 달 만에 20만잔이 판매됐으며, 지난 7월 말 기준 250만잔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미리 내려놓은 액상 커피를 물이나 우유에 넣어 팔기 때문에 판매량이 한정돼 있어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매진되기도 한다. 

콜드브루가 인기를 끌자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카페베네 등 후발 주자들도 저마다 콜드브루 메뉴를 내놨다. 가격은 기존 아메리카노보다 평균 400원 정도 비싸다. 

색다른 메뉴가 등장한 듯 보이지만 콜드브루는 ‘커피의 눈물’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기존 더치커피와 같다. 더치커피는 과거 위생 문제, 고카페인 등으로 인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서 유통된 더치커피 대부분 제품이 고카페인 주의를 표기하지 않았으며 일부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커피 전문점 업체들이 더치커피라는 명칭 대신 콜드브루를 사용해 기존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콜드브루 전용 통에 14시간 동안 커피를 우려내는데 밀봉을 해서 절대 손이나 외부 물질이 안 닿게 철저히 위생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롱블랙과 아메리카노, 다른 점은?

이밖에 커피 전문점 탐앤탐스는 ‘롱블랙’이라는 메뉴를 판매 중이다.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에 샷을 하나 더 추가한 메뉴로 기존 아메리카노(3800원)보다 300원 비싼 4100원이다. 

아메리카노에 샷을 따로 추가할 경우 500원을 더 내야 하는데 진하게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해 저렴하게 메뉴를 내놨다는 게 탐앤탐스 측 입장이다. 또한 롱블랙은 샷과 물을 넣는 순서가 기존 아메리카노와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기자가 최근 방문한 다수 탐앤탐스 매장에 근무하는 바리스타들은 “샷이 하나 더 들어갔을 뿐 아메리카노와 같은 메뉴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메리카노보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리필 혜택에서는 제외된다. 탐앤탐스는 3시간 이내 구매 영수증을 제시하고 1000원을 추가 지불하면 메뉴 리필이 가능하지만 롱블랙은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이 롱블랙 구매 시 이 같은 내용을 제대로 고지한 매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천시의 한 매장에서는 기자가 “리필에서 제외되는 메뉴인지 몰랐다”고 항의하자 “이번만 해드리겠다”며 리필을 해주기도 했다. 

롱블랙 리필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다수의 탐앤탐스 바리스타들은 모두 “지침이 그렇다”고만 답했다. 

결국 기존 메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마케팅 꼼수’로 프리미엄 커피가 탄생한 셈이다. 이에 마케팅 꼼수일지라도 '품질만 좋으면 된다'는 의견과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맞선다. 

직장인 윤모(27)씨는 “콜드브루가 좀 더 진하고 부드러운 것 같아서 즐겨 마시는데 더치커피와 같은 메뉴인지 몰랐다”면서 “꼼수 마케팅이라고 해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도 아니고 개인 취향에만 맞는다면 문제될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결국 말장난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셈인데 대기업의 마케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기존에 같은 메뉴가 있음에도 손님들이 다 대형 프랜차이즈로 가더라”고 한탄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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