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정치판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풍’이 거세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 이탈리아 로마시장 비르지니아 라지, 일본 도쿄시장 고이케 유리코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20대 총선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여의도 입성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1명으로 전체 의원 수의 17%를 차지한다. 19대, 18대 때는 47명, 41명을 기록했다. 1948년 제헌의회가 출범 할 당시에 여성의원이 한 명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은 1949년 경북 안동을에서 ‘조선여자국민당’ 후보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고(故) 임영신(1899~1977) 전 의원이다. 충남 금산에서 12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임영신은 전주 기전여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 때 관동대지진으로 학살된 수천 명의 한국인의 사진첩과 사건자료를 이승만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이로써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임영신은 돈을 직접 벌어 이승만의 독립운동활동 자금을 조달해주기도 한다. 부인과 이혼 후 혼자였던 이승만은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지원해준 임영신에게 호감을 느껴 청혼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임영신은 고민하다 아내가 아닌 ‘동지’로 남기로 결정한다. 1931년 남캘리포니아주립대학(USC) 졸업 후 동대학원을 마친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전신인 중앙보육학교 교장에 취임하면서 교육자로서의 발판도 마련한다.
임영신은 1948년 8·15 정부수립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어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상공부 장관으로 개국내각에 포함되는데 이로써 본격적인 정치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여성으로서 그의 정치여정은 쉽지 않았다. 임영신이 상공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상공부 남성 간부들은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에게 결재를 받느냐”며 반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영신은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없다는 사람은 당장 사표 써라. 나는 조국 독립과 건국을 위해 남자 이상으로 노력하고 싸워왔다”고 말하며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1949년 보궐선거에 이어 1950년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정치인으로서 인정을 받는다.
그의 심상치 않은 면은 12살 때부터 있었다. 1911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서 강제로 조선의 처녀들을 끌고 간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임영신의 부모는 딸을 일찍 시집보내려 했다. 그러자 임영신은 중매장이들이 집으로 올 때마다 “결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강제로 혼사를 치르게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대답하며 중매장이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제 인생은 제 것이지 가문의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확고한 주관을 밝히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이러한 확고한 가치관이 훗날 ‘정치인 임영신’을 있게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임영신은 정치사에 남다른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최초의 여성장관, 최초의 여성국회의원 등 유난히 '최초'라는 단어가 많이 붙는 여성이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개척해낸 그가 있었기에 20대 총선 여성 국회의원 최다배출이라는 기록도 나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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