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홍보팀과 본연의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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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홍보팀과 본연의 업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1.0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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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목줄' 풀고 '넥타이' 매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여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고등학생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도 각양각색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건 '넥타이부대'였다. 1987년 6월 군사독재정권의 타도를 위해 광장에 나섰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2016년 11월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넥타이부대는 "무능한 자본과 부패한 정치권력이 결탁해 한국 사회를 농락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과오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사퇴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외쳤다.

한 가정의 가장, 한 아이의 아버지들의 용기 있는 고함에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이 같은 광경을 직접 목도하고 있자니, 문득 간밤에 걸려온 전화들이 생각났다. 불의의 시대에 항거하는 넥타이부대를 보면서, 시대에 순응하는 화이트칼라가 떠오르다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요즘 각 대기업 홍보팀들은 그야말로 불철주야 노심초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행여나 불똥이 튈까봐 경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간밤에 받은 전화는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몇몇 대기업 소속 홍보팀들로부터 걸려온 것이었다.

이들의 용건은 대체로 비슷했다. '기업 명칭을 이니셜로 처리했으면 좋겠다', '회장님 이름은 가급적이면 노출시키지 말아 달라', '우리 회사 내용은 빼는 게 어떻겠느냐' 등이다.

물론, 기업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홍보팀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중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상부 지시로 일하는 직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이자, 거대한 정경유착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접근해서는 되레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여지가 상당하다.

또한 장기적인 차원에서도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 홍보팀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홍보를 해야 한다. 기업의 부정부패, 총수의 개인적인 치부를 감추는 업무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시대가 격변하고 있다. 이제 그만 '목줄'을 풀고 '넥타이'를 매길 바란다.

▲ 지난달 31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전국사무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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