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6 토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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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그늘②]‘전설에서 원망까지’…현주소는?
대구민심, ‘박근혜’는 ‘박정희’의 공(功)으로 당선된 것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에 실망감 뚜렷…박정희 욕되게 말라
2016년 12월 24일 (토) 윤슬기 기자 김현정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김현정 기자)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TK). 그 중에서도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정치생활을 시작한 곳이자,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 중심지였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고비라고 여겨지는 순간 마다 마음의 고향인 대구를 방문했고,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재기하곤 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대통령께서) 여기 와서 힘 받고, 응원 얻고 가시지"라면서 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낼 정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최대 위기에 봉착에 있는 상황에서도 첫 외부일정으로 대구 서문시장 화재사고 현장을 방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보루라 믿었던 TK마저 ‘최순실 사태’로 인해 믿었던 반으로 갈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으로 ‘질타’와 ‘안쓰러움’이 교차되고 있다고 했다. <시사오늘>은 지난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박정희 향수'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음의 고향인 대구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 시사오늘

“대한민국을 배고프지 않게 만든 건 박정희 뿐, 딸이 그 영광을 열심히 이어갈 거라 믿었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 였다. 즉 ’배고픔‘을 해결해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건어물 상인 송모 씨 (70대/ 남)
  “박정희 대통령 업적을 박근혜가 완벽하게 이어줄 것으로 예상했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아버지처럼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그래서 박근혜가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어려워진 대한민국을 아버지인 박정희처럼 다시 세울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신 후 박근혜가 아버지 옆을 따라다니며 그가 정치하는 모습을 봤을 것 아닌가. 그런 박 대통령의 국가관이 박근혜가 정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여겨 뽑게 됐다.”

  택시기사 이모 씨 (80대/ 남)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였을 때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은 무조건 그의 아버지였다. 솔직히 박근혜 후보 자체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래서 찍었다. 우리 아버지가 배고픈 설움은 나병(한센병)걸린 사람보다 더 서럽다고 늘 말했었다. 그런데 그런 배고픔을 해결해 준 사람이 박정희 이기 때문에 향수가 없을 수 없다”

  서문시장 방문객 오모 씨 (달서구 주민) (50대/ 여)
  “박근혜가 노련한 정치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국회의원들처럼 무슨 전문가 이런 것도 아니라 잘 못할 것 같다는 의심은 좀 있었다. 그래서 박근혜에 대한 믿음 보단 그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명성 때문에 뽑은 거다. 본인도 그걸 알아서 육여사 머리 모양처럼 하는 것이지 않나. 한편으론 부모가 비명횡사(非命橫死)해서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다. 또 그 부모가 우리나라를 배부르게 만들었다는 업적만 보더라도 그 딸을 뽑는 것이 보답이라고 생각 했다”

  야채가게 주인 주모 씨 (69세/ 여)
  “대구 사람 전부 다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까 요즘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내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이유는 단 하나다. 박정희 대통령 때문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박정희라는 우리세대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알지만, 우리세대는 배고픔을 해결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너무나 고맙다. 그런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어진 것 같다. 대구를 이만큼 먹고살게 해준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었고, 이만큼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믿음인 ‘박정희 신드롬’은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처럼 전해졌다. 1997년 4월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 중 가장 리더십이 뛰어난 대통령으로 꼽혔다.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75.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박정희 신드롬은 여전했다.
2015년 광복절을 맞이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44%의 선택으로 1위를 기록했다.

   
▲ 2015년 7월 28일~30일, 8월 4일~6일 전국 성인 2003명 조사ⓒ한국갤럽

  한복 상인 김모 씨 (60대/ 여)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국민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뉴스에서 말이 많이 나오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리사욕을 채울 사람이 아니다. 그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노태우·전두환 대통령 때 문제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새마을운동이 그 증거다. 초가집 살던 곳을 허물고 이런 아파트들이 들어선 것, 나라가 이런 모습으로 발전되려면 강력한 지도자 없이 그게 가능하냐.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배부르고 내 자식이 공부하면서 살 수 있게 된 거다”

  철물점 상인 박모 씨 (70대/ 남)
  “박정희가 당시에 뭐 독재했고 민주화를 탄압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독재를 한 것이 잘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탄압대상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었지 일반국민들에게 화살이 돌아오진 않았다. 일반 국민들은 그 당시에 얼마나 먹고 살기 좋았는지 요즘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배가 불러 박정희 대통령을 폄하하는 것이다 그때처럼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걸 원한다.”

   
▲ 박정희 대통령의 본거지였던 대구에서는 역시나 그에 대한 향수가 짙었다. ⓒ 시사오늘

  서문시장 인근 거주자 왕모 씨(83세/여)
  “지금 젊은 사람들은 박정희에 대해서만 말하면 이상하게 본다. 그런데 우리 나이는 박정희 아니었으면 지금 대한민국은 없다고 생각한다. 박정희가 먹고살게 해줬지. 도로도 만들었지. 공장도 세워줬지. 박정희 대통령이 해준 것 반만큼 지금 대통령들이 해준 적 있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건 각자 생각이니깐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잘한 것은 잘했다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이대에 박정희는 신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20대 이상의 청년층들은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박정희 사랑을 존중하지만 직접적인 애정으로 나타나진 않는 모습이다.
 
   이불가게 사장 정모 씨 (40대/ 여)
  “우리 엄마아빠 세대는 확실히 박정희가 먹고살게 해 준 그 공을 굉장히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른들에게 박정희는 그냥 대통령이 아니라 큰 사람, 존중하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는 그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실감은 잘 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들어온 영향력이 없진 않을 것이다”

   
▲ 최순실 사태 이후 TK민심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시사오늘

   서문시장 상가 안 까페사장 박모 씨(39세/남)
  “대구가 유난히 박정희를 좋아 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 되는 것 같은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시작점이기 때문 인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도 기본적으로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까지 여기서 처음 정치를 시작하니 한편으로는 대구 사람 모두가 박정희, 박근혜에 대해 좋아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그래도 요즘 최순실 사태를 보고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나.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나 조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평가가 대단하다. 아마 이 영향이 박근혜 대통령한테도 전달된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우리 부모님 이야기만 들어보더라도 박정희 대통령 아니면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절대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인 문제, 배고픈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박정희 대통령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문시장 안 옷가게 사장 유모 씨 (41세/여)
  “당장 우리 엄마아빠만 보더라도 박정희 대통령은 부모님 인생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물어보면, 너네가 이렇게 공부하고 밥을 먹고 살 수 있는건 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라고 말한다. 아마 경제적인 문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겠는가. 이 고마움이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박정희’에 대한 고마움으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최순실 게이트’를 덮을 수 없었다.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게이트가 터진 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의 흔적을 지울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 됐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는 박정희 신화의 최후의 보루인 ‘대구’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11월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갤럽데일리 오피니언 제236호ⓒ한국갤럽

“박정희 대통령의 명성을 박근혜 대통령이 먹칠했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변화된 대구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 남모 씨 (50대/남)
  “박근혜한테 애틋하긴 무슨 애틋, 우리가 완전 속았다. ‘박근혜=대구’라는 명칭이 붙어도 이젠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속아야 속아주지…. 처음에는 박근혜 엄마아빠에 대한 향수가 50%가 넘어 모두가 지지하고 이랬다. 박정희 대통령이 고생하고 이런 것에 대한 인정인거다. 그런데 박근혜가 엄마아빠 얼굴에 똥칠 한 것이다. 그래도 박근혜를 두둔하는 것은 노인들만 하는 것이지 균형있게 생각하는 사람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문시장 건어물 가게 사장(72세/남)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뭐라고 하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무조건 새누리당만 찍어왔다.하지만 뉴스를 통해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너무 실망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하고 육영수 여사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이었다. 최순실이라는 여자가 정말 청와대를 휘젓고 다니는 것을 두고 보다니 1번을 뽑은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다”

  서문시장 신발가게 사장(59세/남) 
  “박근혜 대통령은 솔직히 TK에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功)’을 완전히 다 받은 사람이 아닌가. 하물며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에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사람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그런데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참 개탄스러웠다. 뽑아놓은 보람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아마 유난스럽다고 보일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대구의 애정이 이번 일로 완전히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새누리당’으로도 이어졌다.
 
  어묵가게 상인 하모 씨(40세/여)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도 박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최순실 사태에 대해 새누리당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대구 민심을 생각하면 아마 앞으로 새누리당은 선택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 박 대통령에 관한 의혹을 질타하며 변심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 시사오늘

  서문시장 상가 안 악세사리 가게 사장 김모 씨(45세/여)
  “최근 새누리당에서 탈당하고 자기들은 몰랐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황당했다. 자기들이 대통령 후보로 올려놓은 사람 곁에 최순실이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순실 사건에 대해 자기들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인데,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똑같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기들에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잘 활용했던 것을 보면서도 믿었고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했기 때문에 참았던 것이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 이제와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고 새누리당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김현정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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