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빠진 차기 대선, 충청 표심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반기문 빠진 차기 대선, 충청 표심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2.08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세론 속 안희정·황교안 기대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 뉴시스

‘충청대망론’이 무너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일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평가되던 반 전 총장이 대권 꿈을 접으면서, ‘충청도 출신 대통령’을 탄생시키려던 충청도민의 꿈도 동시에 사라졌다.

“반기문 나오면 무조건 반기문이었는데…. 이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충청도 출신 대통령 한 번 나오나’ 기대하던 친구들도 다 ‘멘붕’ 상태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당일, 충청도 출신의 한 유권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충청대망론’의 핵(核)이었던 반 전 총장을 잃어버린 충청도민의 민심이 오갈 데를 모르고 있다는 의미였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지 일주일째인 지난 7일, 〈시사오늘〉은 ‘붕 떠버린’ 충청권 민심의 향배(向背)를 좇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이번에는 문재인, 다음에는 안희정”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충청·세종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9%, 안희정 충남지사가 20.8%로 1, 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론’의 기수(旗手)로 꼽히며, 충청 출신의 안 지사는 ‘충청대망론’의 또 다른 축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실제 민심도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전 시내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번에는 문재인으로 정권교체, 다음에는 안희정으로 충청 대통령’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찍어야지. 나는 반기문 있을 때도 문재인이었어. 안희정도 좋은데 이번에 나가면 좀 불안하지. 안희정은 다음에 하면 돼.”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50대 상인)

“나도 충청도 살지만, 충청도 사람은 화끈한 맛이 없어서 안 돼. 핫바지야 핫바지. 반기문 봐, 정치판에 나오면서 저럴 줄 모르고 나왔나. 그걸 이겨내야지. (반 전 총장 불출마가) 잘 됐어 잘 됐어. 반기문이 나왔으면 (여권에) 졌을 거야. 이번에는 문재인 찍고 다음에는 안희정 찍어야지.”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안희정도 괜찮은데 아직 어리지 않아? 문재인 하고 나서 다음에 하면 되지. 문재인이 사람 괜찮아 보이던데.” (대전역에서 만난 50대 행인)

▲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번에는 문재인, 다음에는 안희정’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 시사오늘

“반기문 안 나오면 안희정 밀어줘야”

여전히 ‘충청대망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특히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유력 보수 주자가 사라지자, 안 지사를 통해 ‘정권교체’와 ‘충청대망론’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피어오르는 분위기였다.

“안희정 밀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사실 나도 문재인이랑 반기문이 나오면 문재인 찍으려고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도 없지 않나 싶어요. 나는 사실 안희정이 충청도 사람이고 해서 더 마음에 드는데, 안희정은 반기문한테 지니까 문재인 찍으려고 했지. 그런데 문재인이랑 안희정이 나오면 안희정 찍을 거예요.” (대전역에서 만난 40대 행인)

“반기문이 나왔어야 되는데 정치하는 X들이랑 언론하는 X들이 계속 난리 치니까…. 세계의 대통령 아니야 세계의 대통령. 좋은 사람 하나 놓친 거야. 이회창도 아까운 사람인데 (반기문도) 그렇게 된 거지. 문재인? 반기문 안 나오면 안희정 찍어줘야지. 이제 충청도 출신이 한 번 해야 돼. 계속 영호남 사람들이 하니까 나라가 어떻게 됐어.”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행인)

“충청대망론? 그런 거 몰라요”

젊은 층이 많은 대전 은행동에서는 다른 의견이 나왔다. 대다수 젊은 층들은 “충청대망론은 언론에서나 떠드는 말”이라고 지적하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포함된 마지막 조사였던 지난달 23일 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충청 지지율은 29.0%였던 반면 반 전 총장은 21.9%에 그친 바 있다.

“충청대망론이니 뭐니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냥 이제 새누리당 출신이 대통령 안 됐으면 좋겠어요. 문재인 찍을 거예요.”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만난 20대)

“어른들은 충청도 출신이라고 누구 찍어야 된다 그런 말씀을 하시긴 하는데, 우리는 안 듣죠(웃음).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조건 문재인이에요.”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만난 20대)

“이재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모르겠네요. 민주당에서 후보 뽑는 거(대통령 후보 경선) 그거 우리도 참여할 수 있나요? 그거 참여할 수 있으면 이재명 뽑고 싶은데, (참여) 못 하면 선거 때 문재인 뽑아야죠. 누가 나오든 투표는 꼭 할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하니까 박근혜 같은 사람이 대통령 돼서 저 난리를 치잖아요.”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만난 20대)

▲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만난 젊은 층들은 ‘충청대망론’과 같은 지역주의적 정치공학보다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황교안도 사람 괜찮더라…정운찬은 무관심”

〈리얼미터〉의 6일 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6.6%에서 12.4%로 일주일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전에서도 황 권한대행에 대한 관심어린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황교안 그 사람이 좋더구만. 일도 잘 하는 것 같고 사람이 무게감도 있고. 문재인은 믿음이 안 가. 안희정은 괜찮던데 너무 어리지 않나. 황교안이 나오면 찍어줄 것 같은데 나올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반기문이 안 나오면 황교안 뽑아줘야지 뭐. 문재인은 대통령 되면 북한부터 간다고 그러던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우리가 전쟁이 끝난 나라야? 휴전한 나라야 휴전한 나라. 그런데 저런 생각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줘서 되겠어? 황교안 그 사람 진중하던데. 박 대통령 탄핵되고 나서 국방부에 제일 먼저 전화했다며.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해야 돼.”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행인)

반면 ‘충청대망론’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정운찬? 그 사람이 무슨 충청도 사람이야. 세종시 반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어차피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도 못하겠지만, 나와도 충청도 사람들이 안 뽑아줄 걸?”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행인)

“정운찬? 관심 없어요. 그 사람이 대권 후본가? (대전역에서 만난 40대 행인)

“정운찬이 누구예요?”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만난 20대)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