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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감사] 문재인식 협치, ‘고비’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차단 의도…보수 결집 빌미 제공
2017년 05월 23일 (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감사원에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문재인식 협치’가 고비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감사원에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이 감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정치세력 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대강 사업 재조사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사항이었다. 지난달 ‘국민주권 부산 선대위 출범식 및 부산 비전 선포식’에서는 “4대강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상적인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4대강 사업이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積弊淸算)’ 작업의 타깃 중 하나라는 말이 돌았다.

문제는 시기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지금, 이념, 또는 정치세력간 찬반이 갈릴 사안을 들고 나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 이유가 있냐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개혁 등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4대강 사업 재조사를 지시한 것은 명백한 정치적 실책이라는 평가다.

4대강 사업 감사가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23일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재조사가 보수·진보 이념 갈등, 더 나아가 정치세력 간 갈등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청와대와 여당이 몰랐을 리 없다”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한 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의도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4대강 카드를 현 시점에서 꺼내든 것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합설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석수가 각각 39석과 2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거대 양당과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작게는 정책적 연대, 크게는 합당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동철 의원은 “정치적 상황 전개에 따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실현 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도 최근 김 원내대표에 대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대할 만하다”며 긍정적인 논평을 내놨다. 연대 또는 합당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이념 대립적 속성을 가진 이슈를 꺼내들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갈라놓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의당 흡수를 원하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양당의 연대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과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생길지 모를 ‘탈(脫) 지역주의’ 바람도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같은 날 〈시사오늘〉과 만난 한 노정객(老政客)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 호남과 영남이 다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며 “오히려 지역주의를 타파했다는 상징성 덕분에 정치권에 새 바람이 불어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정치인들”이라며 “지역주의가 없어지면 기득권 정당들이 제일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합이 지역주의 기반의 ‘양당 나눠먹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여권 내에서 4대강 사업 재조사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1.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53.3%를 얻으며 2위 자유한국당(12.4%)에 40.9%포인트 차로 앞섰다. 2018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여당 입장에서는 ‘현상유지’가 최선의 전략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여권은 보수진영이 결집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지시했든 전형적인 정치 감사이고 법적 절차 위반”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새 정부 출범에 4대강 사업 감사가 우선 과제인지, 정치보복이나 정치 감사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사사건건 각을 세우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4대강 사업 감사를 계기로 입을 모은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를 생각하면 4대강 감사는 정치 보복이라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는 문제”라며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좀 서두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이나 재벌개혁처럼 국민적 지지를 얻는 정책만 밀어붙이기에도 바쁜 타이밍인데 왜 (4대강 감사 시점이) 지금인지 모르겠다”며 “문 대통령이 보수를 살려주려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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